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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눈물의 해단식… 文 "내 개인의 꿈은 끝, 당은 더 발전하길" 본문

19대 대통령 선거 특집

민주, 눈물의 해단식… 文 "내 개인의 꿈은 끝, 당은 더 발전하길"

천아1234 2021. 8. 1. 11:30

대선 패배 다음 날인 20일, 민주통합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와 "당분간 내홍(內訌)을 피할 수 없게 됐다"였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의원·당직자가 보이는가 하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거 때 뭐하다가 이제 와서 우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文이 비대위원장 임명 후 '국민정당'으로?

민주당은 현재 당장 당을 이끌어 갈 지도부가 없는 상황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두 번이나 해체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해찬 대표 등 최고위원 전원은 당내에서 '이·박(박지원 원내대표) 퇴진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2선 후퇴를 하겠다면서 문 후보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다시 인적 쇄신론이 부각되자 11월 18일 아예 총사퇴를 선언했다. 권한을 위임받은 문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단 10명 등 선대위 조직으로 당을 꾸려 나갔지만, 이들도 지난 11월 23일 안 전 교수의 사퇴 후 책임을 지겠다면서 직을 내려놓았다. 곧이어 문 후보마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게 되면서 당의 구심점은 사라져 버렸다.

문 후보 측은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절차로 현재 대표대행을 겸직하고 있는 문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해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일단 문 후보가 당을 수습하는 역할까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대선 기간 발족한 '국민연대' 인사들을 흡수해 '국민정당'으로 나아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대'와 현 민주통합당을 합해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길도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당내 세력 관계 속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세균 상임고문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한 자원봉사자와 포옹하고 있다.

"安 등판해야" 목소리도

선대위 외곽에 머물렀던 당내 비주류·비노 진영에선 이런 움직임에 대해 벌써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 패배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그렇게 임명된 비대위원장이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이다. 한 관계자는 "선거를 위해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더라도 패배했으면 '이제 다른 좋은 분이 나서서 수습해 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19일 투표 직후 미국행을 택한 안 전 교수가 귀국한 다음에야 진정한 창당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 기간에 국정원 사건이라든가 여러 가지 무리한 시도가 있었다"면서 "창당을 하더라도 '그 밥에 그 나물'인 국민연대만으론 부족하다. 새 사람이 있어야 새 정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여러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당분간 민주당과 야권 내에선 이합집산이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곧 의원총회가 열리면 대선 패배 원인과 책임을 놓고 온갖 얘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내년 초 전당대회를 치러도 4월 재보궐이 또 있어서 결국 몇 달 동안 세력 간의 규합과 분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전 후보는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 "새로운 시대를 제가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던 개인의 꿈은 끝이 나지만, 민주당은 더 발전해서 다음에는 좀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 내는 일 반드시 성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저의 개인적인 꿈은 접지만 민주당, 함께 했던 시민사회, '국민연대' 등 우리 진영 전체가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하게 된다면 저도 거기에 늘 힘을 보태겠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