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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友야담]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본문
정치학자인 라종일(80) 가천대 석좌교수가 영국 대사 시절 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 부임했는데, 노무현 후보 당선과 함께 대통령 인수위에서 전화가 왔다는군요. 귀국해서 새 정부의 새 임무를 맡아달라는 게 골자였죠. 환송이랄까 이별의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케임브리지 정치학 박사 출신 라 대사가 친하게 지내던 현지인 몇 분만 초대한 자리였다는군요. 뜻밖의 만류가 그 자리에서 있었습니다.
“내가 알기로 한국의 대통령은 대개 끝이 좋지 않고, 거의 예외 없이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라 대사와 같은 젠틀한 사람이 그런데 휘말리기보다는, 여기서 대사를 계속 하다가 기회가 되면 학교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는가”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파람북刊)에서 이 에피소드를 읽었습니다. 라 교수가 기획하고 조병제·이구·허태회·황인수·정태용 등 정치학자들이 함께 쓴 책이죠.
라 교수는 그 만류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자신 역시 그 ‘반복되는 불행’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당시에는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 그저 큰 기대와 희망에만 부풀어 있었을까.
공교롭게도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징역 17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짧은 지면에 불행한 대통령들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이 질문 하나는 함께 고민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지만,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 사이에 대한민국은 확실한 성공 사례로 보는 것이 정론입니다. 그런데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만년은 왜 모두 불우하고, 물질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박탈까지 경험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왜 최고 권력자들이 극진한 존경과 숭배의 대상으로 추앙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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