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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천 교대설과 메시아 신앙담긴 본문
신도(新都)·진인(眞人)·십승지(十勝地) 내용 담아
옛날부터 이 땅에는 나라의 앞날을 예언하는 전통이 있었다. 그 뿌리는 삼국통일 이전까지 올라간다. ‘고려비기(高麗秘記)’ ‘고경참(古鏡讖)’이 고대의 예언서라면 ‘삼한회토기’ ‘삼각산 명당기’는 중세의 예언서였다. 근세의 예언서로는 ‘도선비기’를 비롯해 수십 종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감록(鄭鑑錄)’이다.
정감록의 밑바탕에는 풍수지리설과 선천후천 교대설(옛 세상이 끝나고 이제 곧 천지가 개벽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감록은 조선의 선조(先祖)인 이심(李沁)이란 사람이 이씨의 대흥자(大興者)가 될 정씨(鄭氏)의 조상인 정감(鄭鑑)이란 사람과 금강산(金剛山)에서 서로 문답(問答)을 기록한 책이다.
조선의 흥망대세(興亡大勢)를 추수(推數)하여, 이씨의 한양(漢陽) 몇백 년 다음에는 정씨의 계룡산 몇백 년이 있고, 그 다음에는 조씨(趙氏)의 가야산 몇백 년, 또 그 다음에는 범씨(范氏)의 완산(完山) 몇백 년과 왕씨의 어디 몇백 년 등등으로 계승될 것을 논하고, 그 중간에 언제 무슨 재난과 어떠한 화변이 있어 세태민심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차례로 예언하고 있다.
아무 해에 무슨 일이 터진다는 식의 짤막한 예언이 대부분인데, 한국의 예언서가 대개 그렇듯 60갑자로 햇수가 적혀 있어 세월의 흐름에 구애되지 않는다. 정감록(鄭鑑錄)은 미래의 이상적 주권자(主權者)가 나올 지기(地氣)를 예측하는 점에서 민중의 메시아 사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감록에 등장하는 ‘정(鄭) 도령’은 성씨를 말함이 아니요, 진인(眞人) 곧 ‘정(正) 도령’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도령은 사내아이에 대한 애칭으로 해석된다.
정감록의 주내용은 신도(新都: 새로운 도읍)신앙·진인(眞人:진실한 사람, 진리의 사람)신앙·십승지(十勝地)신앙 등이다. 정감록은 민족의 말세적 구원신앙으로 발전하여 많은 신흥종교의 근간이 되었다. 또한, 동학 혁명에까지 연결되었다. 정감록의 핵심어는 ‘궁궁을을(弓弓乙乙)’ 또는 ‘궁을’로 본다. 궁을(弓乙)은 동학의 경서에도 언급되었으며, 궁을이라 쓰인 부적을 불살라 동학군들이 먹고 다음날 전주성을 함락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궁을부란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13자를 쓴 종이쪽지로, 본주(本呪)라 합니다. 이 글귀의 뜻은 한울님을 모시면 조화가 이뤄진다, 이 진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면 세상만사를 다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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