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코로나, 1차 팬데믹 세계대전"… 韓 모범 사례로 꼽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자선 사업가인 빌 게이츠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인류가 한편이 되어 싸워야 하는 ‘세계대전(world war)’이라고 표현했다.

빌 게이츠는 23일(현지 시각) 개인 블로그에 올린 ‘팬데믹Ⅰ: 최초의 현대 팬데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코로나로 인류가 건강·부·복지에 엄청난 피해를 봤다"면서 "우리가 모두 같은 편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대전과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일어났던 1, 2차 세계대전과 달리 이번 전쟁은 "모두가 한편(we’re all on the same side)"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부모 세대의 기억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을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 역시 현 세대를 사는 "그 누구도 잊지 못할 사건"이라는 것.

그러면서 레이더·어뢰 등 발전한 전투 기술이 종전을 앞당겼듯 코로나 팬데믹을 끝내기 위해서는 진단·추적·치료·백신·봉쇄 완화 기술 다섯 가지 분야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진단과 관련해 게이츠는 검사 대상 우선순위를 정하고 속도를 끌어 올려 확진자 판정 결과가 하루만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 확대가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한국을 비롯해 몇몇 국가가 신속한 검사 처리 능력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은 휴대전화 위치와 카드결제 기록 등을 활용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서구 국가는 해당 기술을 요구할 것 같지는 않다"며 "정보 제공 의사가 있는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치료에 대해 게이츠는 혈장과 항체, 항바이러스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언급하며 "이 같은 치료법의 효과가 95%에 이르러야만 사람들이 축구 경기나 콘서트 같은 환경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일상적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백신 개발뿐"이라며 "새 질병에 대한 백신이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보통 5년이 걸리지만, 코로나에 대한 백신은 18개월 안에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짧으면 9개월에서 길면 2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예측을 내놨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갈등을 빚는 봉쇄 조치 완화에 대해서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사무실의 예를 들며 "직원 6200명 가운데 절반만 출근하고 있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지급해 사무실 청소를 더 철저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접촉 수준을 점진적으로 늘려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일부 선진국들이 겨우 ‘팬데믹 2단계’ 시대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게이츠가 생각하는 팬데믹 2단계의 세계는 빠르면 두달 뒤부터 시작한다. 이 세계에서는 지금처럼 강도 높은 락다운·셧다운 조치는 다소 완화되지만, 코로나19 확산 전처럼 불특정 다수와 밀접 접촉하는 상황은 허용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 삶과는 절반 정도만 비슷한 ‘반(半)정상(semi-normal)’의 삶이 시작하는 셈. 전 세계 사람들은 앞으로 자연스럽게 공공장소에서 자리를 하나씩 띄워 앉고, 시차를 둔 채 등하교·출퇴근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게이츠는 내다봤다.

다만 봉쇄 조치로 식량난·생계위기에 놓은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경제 활동 제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지도자들이 사람들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책 입안자들은 코로나 사태 후 경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부의 불균형이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전히 이전과 똑같은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