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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차원 소녀의 티스토리 블로그

청계천 산책길을 따라 저 멀리 솟은 동대문 두산타워 건물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왼편으로 거대한 건물의 큰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의 더께를 온몸으로 받아낸 구식 주상복합 상가건물 세운상가다. 종로 대로변으로 가면 최근 조성한 예쁜 텃밭을 보며 건물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청계천에 닿은 뒤편으로 돌아가야 승강기를 탈 수 있다. 목적지는 5층, 호수는 550호. 한때 첨단 산업의 상징이었을 세운상가 한 구석에 ‘제3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3D프린터 공작소가 있다. 목요일마다 복작복작, 종로의 ‘팹랩 서울’ 다 쓰러질 것 같은 건물이라고 말하면, 내 나이보다 많이 먹은 세운상가에 실례가 될까. 550호의 문을 열자 다른 세상이 나왔다. 창가 선반을 차지한 3D프린터와 넓은 작업 공간에 가지런히 정렬..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디자인관. 연구실 한켠에 세 든 셰에라자드웍스에는 방음시설이 갖춰진 한평짜리 방이 있다. 방음실 밖 연구실 곳곳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흉상이 나란히 놓여있다. 멀리 바티칸에까지 전달됐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고 김수환 추기경의 흉상도 제법 실제 모습과 흡사하다. 칠흑처럼 검은 털을 가진 손바닥만한 말 한 필도 연구실의 빼놓을 수 없는 장식품 중 하나다. ‘작품’. 3D프린팅 업체 셰에라자드가 그동안 실제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그야말로 작품들이다. '3D프린터'라는 낱말은 이미 익숙하다.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듯 플라스틱 소재로 물체를 뽑아내는 기술이라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헌데, 3D프린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입을 닫는다. 누가 3D프린터로 어..

“3D프린터를 직접 볼 수 있는 곳 어디 없을까요?” 몇주전,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음… 글쎄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3D프린터가 ‘제3의 산업혁명’이라며 호들갑 떨며 취재할 때는 언제고.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3D프린터가 만드는 시장에만 관심 있었을 뿐 정작 독자의 마음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 물건이 실제로 동작하는 모습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곳에서 3D프린터를 만나볼 수 있다. 나라가 잘 가꾼 무료 체험시설도 많고, 적은 비용으로 쉽게 3D프린터를 쓸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업체도 많다. 3D프린터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 중인데, 3D프린터를 구입하긴 어려운 이들..

5월23일 오후 2시. 부산 문화콘텐츠 콤플렉스 건물 5층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였다. 김근배 반송센텀의원 원장을 중심으로 모인 부산의 페이스북 공개 그룹 ‘펀무브’ 일원들이다. 그동안 각자 진척시킨 연구 결과를 그룹 맴버와 교환하는 것이 이날 모임의 목적이다. 약속된 시간을 맞춰 A씨도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A씨는 8년 전 사고로 왼쪽 팔꿈치 아래를 잃었다. 펀무브 그룹이 3D프린팅 기술과 아두이노, 스마트폰 충전용 배터리를 활용해 손가락이 움직이는 전자의수를 제작 중이다. “지금 쓰시는 게(DIY 전자의수) 저번 것(기존 전자의수) 보다 훨씬 편한가요?” “그렇죠. 그거보다 가볍고. 그거는 (손을)쥐면 유리컵이 깨져요. 힘이 너무 강해서.” 김근배 원장의 질문에 A씨는 “가볍다”고 대답했다. 손가락..

2010년대 양자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커질 무렵 혹자는 '현존하는 컴퓨터보다 수만배 빠른 양자 컴퓨터가 우리 책상 위를 점령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이는 기술적으로 아직 먼 미래의 일이지만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처럼 어떤 신비함을 간직한 존재다. 아직 양자 기술에 대해 알려진 내용도 많지 않다 보니 양자 컴퓨터에 대한 여러 추측과 설익은 기대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과연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게 될까? IBM은 이번 CES 2021 온라인 부스 한편에서 '양자 컴퓨팅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주제로 대중이 양자 컴퓨팅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오해하는 내용들을 Q&A로 정리해 소개했다. 케이티 피졸라토(Katie Pizzolato) IBM 퀀텀 애플리케이션 디렉터..

에릭 루세로 구글 수석 퀀텀 엔지니어는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공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가 함께 연구·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퀀텀컴퓨터) 연구의 ‘황금기’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우주가 아닌 연구실에서 ‘블랙홀’을 만들어내는 모의실험도 진행하고 있죠. 양자컴퓨터를 통해 자연 자체를 실험할 수 있어 가능해진 일입니다.” 에릭 루체로(Erik Lucero) 구글 수석 퀀텀 엔지니어는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바바라 ‘퀀텀 AI 캠퍼스(이하 퀀텀캠퍼스)’에서 국내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상투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퀀텀캠퍼스는 구글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목적으로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를 개발하..

1인칭 비행 시점을 제공하는 FPV(First Point View, 1인칭) 드론은 그동안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 일반 드론과 달리 제작비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데다가 고도의 전문지식과 조종 기술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FPV 드론만의 색다른 비행 경험을 찾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드론 전문기업 DJI는 지난 5일 가격은 낮추고 조작성과 편의성을 높인 첫 번째 FPV 모델 'DJI FPV'를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너른마당'에서 해당 제품을 체험해봤다. 일반 드론과 차별화되는 FPV 드론의 강점은 '실감성'이다. 가상현실(VR) 헤드셋처럼 생긴 전용 고글을 착용하면 비행 중인 드론의 시야를 1인칭 시점으로 공유하며 조종할 수 있다. 또 보통의..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피터 보겔 저/배충효 역/원더박스/2만원 오늘 날 청년에게 붙는 암울한 별칭이 많지만, 무엇보다 이들은 '실업세대'로 역사에 기록될 위기에 놓였다. 2016년 2월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12.5%로 1999년 6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자발적 비정규직 청년 45만8000명과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 19만8000명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체감 실업률은 35%에 달한다. 말 그대로 청년들은 고달픈 '실업세대'를 살고 있다.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는 청년 실업 문제의 거대한 파장을 조망하고 해결책을 집중 논의한 책이다. 위기에 관한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통찰을 통해 지금 이 시각 현재 집행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130여 가지 대안과 정책을 세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