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흐름 탄 '미니게임기', 3050 지갑 연다

1970~1990년대 오락실 기기를 모방한 미니 게임기가 ‘레트로’ 문화에 힘입어 3050 세대 사이에 인기다. 일본에서는 연간 10만대 이상의 미니 게임기가 팔린다. 한국 대형 마트 등 쇼핑몰에서도 관련 상품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한 대 가격은 2만~3만원대에 불과해 젊은 아재들의 지갑을 공략하기 딱 좋다.

마이아케이드 게임기 ‘데이터이스트 클래식 컬렉션’ 모습 / 인포렌즈

19일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소형 게임기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 판매 대수는 많지 않지만, 레트로 게임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이어지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유통회사 인포렌즈는 최근 일본 시장에 레트로 미니 아케이드 게임기 ‘데이터이스트 클래식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 게임기에는 ‘조&맥 싸워라 원시인', ‘B윙', ‘다윈4078’, ‘카라테', ‘사이드포켓',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 등 게임 제작사 데이터이스트가 만들었던 1970~1990년대 명작 오락실 게임 34개가 담겼다. 게임기 외형은 1980년대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디자인을 채용했다. 내장 디스플레이로는 4.25인치 크기의 LCD를 채용했고, 이외에 십자키 변환이 가능한 조이스틱과 버튼을 탑재했다.

인포렌즈가 미니 아케이드 게임기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관련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제품 구매를 원하는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포렌즈의 2019년 기준 ‘팩맨', ‘갤러그' 등 미니 오락실 게임기 누적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어섰다.

오락실 게임기를 축소해 만든 ‘마이 아케이드(My Arcade)’ 시리즈는 미국 기업 마이아케이드가 기획 제작한 상품이다. 마이아케이드는 일본이 아닌 미국 오락실(게임센터)에 설치했던 게임기 디자인을 본떠 미니게임기를 제작한다. 이 제품은 한국 대형마트와 장난감 매장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버블보블 게임을 지원하는 마이아케이드 게임기 모습 / 마이아케이드

레트로 게임기의 등장은 최근 ‘복고’ 시절에 대한 추억을 담은 문화적 흐름과 관련이 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노래가 음원 인기차트에서 역주행하거나 한국의 정통 트로트 음악이 재조명되는 등 일도 레트로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게임 업계는 과거 명작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리메이크 게임을 꾸준히 선보인다. 인디게임 제작사들은 8~16비트 게임기에서나 경험해 봄직한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을 채용한 신작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도 레트로 게임 관련 붐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게임색(Game Sack) 등 수많은 레트로 게임 전문 유튜버가 방송을 만들어 공유한다. 이들은 온라인을 넘어 별도의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는 등 레트로 게임 자체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만든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명작 게임을 탄생시켰던 게임 개발자를 강연자로 초빙해 게임 개발 당시의 비화를 직접 듣는 토크쇼가 열린다. 명작 레트로 게임의 음악 콘서트도 개최된다. 게임 인지도에 따라 대규모 콘서트 형태로 열리는 등 상당한 붐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니 레트로 게임기 열기에 불씨를 당긴 것은 일본의 게임회사인 닌텐도다. 이 회사는 1983년 등장한 8비트 게임기 패밀리컴퓨터를 미니 게임기로 복각해 판매했는데, 향수를 느낀 게이머가 구매 대열에 한꺼번에 참여하는 등 붐을 일으켰다.

한편, 닌텐도는 2018년 11월 일본서 열린 실적발표회를 통해 패미컴과 슈퍼패미컴 미니 등 자사 복각 게임기 시리즈의 전 세계 누적 판매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레트로 게임기를 향한 고객의 열망이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닌텐도를 시작으로 메가드라이브(제네시스), PC엔진, 아타리, 네오지오 등의 복각 미니 게임기가 시장에 줄줄이 등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