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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은 영산이다.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⑮ 생민들의 오랜 염원이 서린 지성소다. 머리는 봉황, 몸통과 다리는 용의 형상인 국보 백제금동향로의 모델이다. 신라 5악의 하나로 제왕들이 제사해 온 기도터이기도 하다. 남동쪽 기슭에 신도안이 있다. 신도안은 대한민국 육·해·공 3군 통합기지인 계룡대가 들어서기 전까지 어지러운 무속과 신흥 종교의 본산으로 자리 잡아왔었다. 남서쪽의 국사봉(國事峯). 해발 576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계룡, 곧 봉룡(鳳龍)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조망이 으뜸이다. 계룡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로 지기(地氣)가 세기로도 유명하다. “내가 너무 늙어서 다시 못 오를 줄 알았느니. 한데 오늘 여기 다시 서니 수십 년 묵은 속세의 때를 말끔히 씻었도다. 미재..
드높아야 할 하늘에 잔뜩 구름이 끼었다. 이 가을 대선 정국은 그야말로 밀운불우(密雲不雨) 형국이다. 구름은 빽빽한데 비는 쏟아질 줄 모른다. 장쾌하게 쏟아지는 비는 희망이다. 목마른 대지가 머금어야 할 생명의 양식이기도 하고 시대를 이끌어갈 대인이기도 하다.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⑭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 풍요를 노래할 수만은 없는 나날이다. 세상 일이 배배 꼬여 있고 답답하다. 가을걷이 하는 들판의 저녁 연기는 달콤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전원에서 살았던 기억 속에서만 그랬고 지금 도시의 공기는 우울하다. 인간은 이야기를 먹고 사는 존재다.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을 생명으로 한다. 신나는 화젯거리를 만들어야 할 대중 정치인이 잊지 말아야 할 금언이다. 사람들은 무료해서 드라마를 보고 ..
주역의 비밀 하나를 공개한다. 괘가 그려진 태극기를 표상으로 하는 한국이 왜 역학의 땅인지를 실감하리라. 종교적인 편견은 사양한다. 우주 변화의 원리를 담고 있는 주역 철학은 본래 유교(儒敎)의 산물도, 도교(道敎)의 산물도 아니다. 일찍이 음(--)과 양(-)의 디지털 부호로 만들어진 역학을 훗날에 생겨난 유파에서 가져다 논리체계로 삼았던 것뿐이다. 기독교(基督敎)나 무슬림에서도 얼마든지 주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나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경우처럼 가져다 잘 쓰면 임자가 된다.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⑬ 주역은 64괘로 돼 있다. 하늘을 뜻하는 건(乾) 괘로 시작해서 64번째인 미제(未濟) 괘로 끝난다. 38번째 괘가 규(睽) 괘다. 불 기운은 위로 올라가버리고 ..
추석 이후 민심의 추이에 정치권은 민감하다. 대선 캠프는 지지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후보들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선거 전략을 수정한다. 때로는 소신도 바꾼다. 후보들의 정책이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기도 전에 여론조사부터 하는 선거풍속도. 연예인 인기투표와 뭐가 다른가.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⑫ 물론 천기(天氣)와 지기(地氣) 못지않게 인기(人氣)는 중요하다. 천지인(天地人) 삼합(三合)의 기운이 따라야 가능하다는 게 대권이니까. 천기는 때요, 지기는 하다못해 논두렁 정기라도 받고 태어나야 한다는 명당 발복이며, 인기는 사람을 얻는 일이다. 그중 가장 얻기 어려운 게 인기다. 그렇지만 한 나라를 이끌어갈 국가리더십을 인기로 결정하는 건 정말 위험하다. 여론은 전문적일 수 없다. 군중심..
동인(同人:) 괘. 위는 하늘(), 아래는 불()을 뜻하는 괘상이 나왔다. 하늘은 위에 있다. 아래의 불이 타올라서 위 하늘과 함께하고자 한다. 득중, 곧 중심자리를 얻은 두 번째 음효(--)와 다섯 번째 양효(ㅡ)가 주체가 되어 서로 응한다. 그래서 한 뜻을 지닌 동인이 된다. 사상·취미·목적 따위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발행하는 잡지를 동인지(同人誌)라고 하는데 그 이름의 출전이 주역이다.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⑪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좇고 “얘야, 네 여고 동창생끼리 만든 모임 이름이 뭐라 했지?” 백두옹이 외손자며느리에게 괘상과 풀이가 적힌 종이를 건네며 묻는다. “금란회(金蘭會)요.” 외손자며느리가 글귀를 살피며 대답했다. “그랬지. 어렵지 않은 한자이니 읽어보렴.”..
일러스트 박용석 안철수 원장이 드디어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전혀 정치할 것 같지 않은 그가 국민적 열망에 힘입어 대권에 뜻을 둔 지 어언 일 년 만이다. 그에게 기대를 거는 국민이나 그 자신에게나 참으로 오랜 기다림의 세월이었다. 이 초고속 IT 시대에 성질 급한 사람들은 도무지 못할 짓이었다. 장고(長考)의 시간들을 치밀하게 계산하며 달려온 그인들 어찌 편했을꼬? 보통 사람 같으면 피가 말라 진작 때려치웠을 게다. 문제는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할 날들이 남았다는 것이다. 대선까지 석 달도 안 남았는데 이제부터는 단일화 시점과 방법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⑩ “어차피 야권 후보 단일화는 바람을 몰고 오는 거니까 늦으면 늦을수록 파괴력이 크겠죠.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1..
“황금의 자? 그것은 주역의 비밀코드일세.” 백두옹은 활터에서 내려와 천천히 거닐었다. 초가을 오후의 햇살에 치렁치렁한 백발이 물살 가르는 은어처럼 빛났다. 흰 두루마기 차림의 노익장은 학 같은 자태로 하늘을 우러렀다.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⑨ “그 비밀코드가 뭐냐고요?” 강 교수는 더 궁금해졌다. “허허허, 그걸 함부로 일러줄 수가 있겠나! 강 교수가 유력한 대권 후보도 아니고 말일세. 한국 역학 정역(正易)의 문법으로 말해볼까? 이 천지가 해와 달이 아니면 빈 껍질이요, 해와 달도 지인(至人:참사람)이 아니면 헛된 그림자라. 때가 되면 그 후보에게 밀지(密旨)를 보낼 것이네. 그게 어찌 내가 일러주는 것이겠는가. 전에도 말했듯 시명(時命)이니 천공(天工:하늘의 조화)이 마땅한 사람을 기..
지난번 백두옹의 직언은 신랄했다. 대선 후보들이 개혁 정치를 말하기 전, 그들 자신부터 호랑이처럼 말끔히 털갈이하라고 호령했었다. 백두옹인지 한라봉인지 참 대차다고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전에 백두옹은 강권 교수와 함께 경주 이견대를 찾아가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참배한 적이 있다. 신문왕은 100년간 이어진 통일신라 전성기의 토대를 닦았는데 여기에 대학자 설총(薛聰)의 간언이 주효했다. 삼국사기에는 설총이 꽃을 의인화하여 신문왕을 경계한 설화 ‘화왕계(花王戒)’가 전한다. 꽃의 왕, 모란이 피어나자, 그 화왕을 뵈려고 갖가지 꽃들이 멀고 가까운 데서 다투어 왔다. 문득 붉은 얼굴에 옥같이 흰 치아를 지닌 한 가인이 곱게 단장하고 와서 읊조렸다. 김종록의 '주역으로 푸는 대선 소설'⑧ “첩은 눈처럼 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