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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 & KBS 지구촌 뉴스 2023. 7. 2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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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 & KBS 지구촌 뉴스 2023. 7. 24

천아1234 2023. 7. 24. 11:50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7730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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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당면과제(上 ~ 下)

지구촌의 당면과제(上)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인류의 역량이 진화함에 따라 기후와 같은 자연의 힘(forces of nature)보다는 과학적 발견, 기술 혁신, 사회·정치적 역동성 등과 같이 우리의 선택이 개입할 수 있는 요인들이 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21세기 지구촌 경제의 등장으로 ‘주어진 미래’가 아닌 ‘만드는 미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었다. 전 세계 모든 개인·지역·국가들이 지구촌 경제의 복잡한 그물망 속에 서로 촘촘히 얽혀 하나의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인류의 역량이 크게 증폭되었지만 그 방향과 결과 또한 극도로 복잡하고 불확실해졌다. ‘미래연구’의 중요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과 환경들을 체계적으로 ‘탐구’하고 ‘창조’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 개척 위한 과제 제시

국제적인 미래연구 네트워크 조직인 ‘AC/UNU(American Council for The United Nations University)’는 지난 1996년 이래 ‘밀레니엄 프로젝트’라는 권위 있는 미래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나라경제』 2006년 2월호 글로벌 포커스 ‘해외의 미래연구 동향’에 소개).

소위 25개 네트워크 노드(Nodes) 국가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 50여 개국의 1,500여명에 달하는 미래연구 전문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스미스소니언 재단’이나 국제 전략연구 조직인 ‘미래그룹(The Future Group, 홈페이지 www.future-group.com)’ 등의 지원하에 ‘글로벌 전망 연구(Global Look-out Study)’와 ‘세계 시나리오(Global Scenarios)’ 등의 연구를 수행한다

AC/UNU의 「미래보고서(State of the Future)」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주된 연구 성과가 망라된 방대한 작품이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9편의 보고서가 발간되었는데, 최근에는 단행본 형태의 ‘요약’ 보고서와 함께 총 3,500여 쪽에 달하는 CD-ROM 형태의 ‘상세’ 보고서가 출간되고 있다. 「미래보고서」는 ‘지구촌 당면과제(Global Challenges)’, ‘미래지수(State of the Future Index ; SOFI)’, ‘지구촌 시나리오(Global Scenarios)’와 ‘심층 주제연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해 연도의 시나리오 예측에 특히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심층연구’는 매년 그 주제가 바뀌는데, 최근에는 ‘윤리 문제’, ‘군사·환경·보건에 있어서 나노기술(NT)의 위험요인’, ‘환경과 관련된 안전 문제’(이상 2005년도 보고서) 그리고 ‘중동 지역의 평화’, ‘웹로그 데이터베이스 환경적 감시(Environmental Scanning Weblog Database)’(이상 2004년도) 등을 다룬 바 있다.

이들 ‘심층연구’의 내용과 ‘미래지수’, ‘지구촌 시나리오’를 점철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메시지는 ‘지구촌 당면과제’에 담겨져 있다. ‘지구촌 당면과제’는 지구촌의 환경 변화, 정치·경제적 패권의 변화 등 우리를 둘러싼 제반 변화요인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종합적인 틀을 제공하며, ‘안녕’과 ‘복지’로 대변되는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현재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모든 문제를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구촌 당면과제’의 내용은 보편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론의 여지가 큰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아직까지 요동치는 일상에 갇혀 자기완결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고집하는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게 있어 각별할 수도 있으며, 비판적인 시각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AC/UNU의 2004~2005년 미래보고서를 중심으로 하여 ‘지구촌 당면과제’가 제시하는 21세기 ‘열린 미래’의 전개 방향, 도전과 기회 요인, 주요 제도적 변인 그리고 문제해결의 대안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15개 지구촌 당면과제 선정

AC/UNU는 매년 진행되는 ‘글로벌 전망 연구’를 통해서 국제사회에 필요한 장기적인 미래 문제를 제시하고, 전 지구적 기회와 도전, 정책과 전략을 분석해 오고 있다. 첫 연구는 ‘역사로부터의 교훈과 문제점(Lessons and Questions from History)’이었다(결과는 1998년 미래보고서에 수록).

1997년 미래보고서에서는 정책입안자들을 대상으로 한 네 차례에 걸친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15개 글로벌 이슈를 선정하였다. 1998년에는 이 인터뷰 대상자들의 관측과 응답을 토대로 15개의 기회요인을 도출하였고, 이어 1999년에는 전 지구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15개의 ‘지구촌 당면과제(global challenges)’를 규정하였다.

15개 당면과제는 크게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5개 과제, ‘시장과 기술’에 관한 4개 과제, ‘의사결정과 지배구조’에 관한 6개 과제로 나눌 수 있다. 이들 과제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며 과제 간 우선순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술 변화, 지속가능 발전 등 흔히 알려져 있는 이슈 외에 의사결정 내지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1999년에 선정된 지구촌 15대 과제의 내용은 델파이 방법 등을 활용한 설문조사와 통계 그리고 다양한 미래 예측방법론을 동원한 추가적인 분석에 의해 계속 수정·보완되고 있지만, 과제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지속가능 발전 분야 5개 과제

AC/UNU의 「미래보고서」가 도출한 15개 주요 당면과제 중 지속가능 발전 분야 5개 과제는 다음과 같다.

환경 :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

95개국 1,36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기구(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을 지지하는 생태계의 60% 정도가 이미 파괴되었거나 곧 파괴될 것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IPCC)’도 20세기 말 현재 기온이 1.4~5.8℃ 정도 상승했으며 그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대기 중 ‘지구의 온실효과’ 등을 초래하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결국 생태계의 다양성과 생산성, 농업과 수자원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UN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기후 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농지의 감소량이 금전적으로 매년 56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2005년부터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있지만, 전체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를 예방하기에 충분치 못하다.

불균형 성장은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 다음으로 인류의 미래에 관한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과 기술 혁신에 힘입어 지난 200년간 괄목한 만한 발전이 있었지만, 인류의 경제적·사회적 행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

경제적으로는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하여 지식기반 경제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TV·음악·게임·영화 등의 매체를 활용한 대중교육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개인과 집단의 소비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환경 관련 세제나 지원금 제도를 개혁하고, 환경 관련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사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제기구 차원의 선언과 권고는 부족할 수 있으며, WTO와 같은 견고한 권한을 가진 (가칭)‘세계환경기구(World Environment Organization ; WEO)’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수자원 : 충분한 양의 깨끗한 수자원 확보

물 부족은 인류의 건강과 지역·국가 간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안전한 식수의 확보와 하수시설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11억명에 이르는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고 26억명의 인류가 충분한 하수설비를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UN의 예측에 따르면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2050년경에는 20억명 이상의 인류가 물 부족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도시화에 따른 물 수요 증가와 인구 증가로 인한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인해 미래에 도시와 농촌 간의 갈등이 증가하게 될 것이며, 하천을 두고 인접해 있는 나라 간에 국경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인구 증가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3천여종이 넘는 담수종이 위협받고 있거나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열악한 하수시설과 물 공급의 부족으로 인해 인류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국제조직과 국가기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물 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적절한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을 절약하는 경작방법 개발, 가뭄이나 척박토양에 적응력이 높은 작물 개발, 강우 저장 관계수로의 구축, 효율적 유역 관리, 차등요금체계 도입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부존자원 : 인구 증가와 자원 간의 균형

세계인구는 1950년 이후에만 40억명이 증가하였다(현재 65억명). UN에 의하면 세계인구는 2050년까지 최소 약 26억명이 더 늘어나 91억명에 이르게 될 것이다. 또한 의학적 혁명으로 인해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전 인류의 평균연령은 현재의 26세에서 37세로 늘어나고, 60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약 22%인 20억명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환경 문제나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응이 없다면, 에너지 및 식량 부문에 심각한 수급불균형과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심각한 정치적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이미 기아 상태에 있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년 동안 전 세계적인 곡물수확량은 수요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1984년 이후로 인구 1인당 식량생산량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곡물생산량과 생물의 다양성이 온실효과로 인해 크게 감소했으며, 해양수산물의 25% 정도는 이미 남획된 상태이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도시인구의 31.6%가 빈민화될 것이고, 아동의 4분의 1은 단백질과 열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된다.

문맹률 감소, 영아 사망률 감소, 여권 신장과 교육기회 확대, 도시화와 효과적인 산아제한 등과 같은 정책 수단은 개도국에서 아직도 유효할 수 있다. 식량, 주거, 상하수도 시설 등에 親환경적인 기술을 결합하여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ICT를 활용하여 전 세계 자원수요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고, 빗물을 이용한 관개시설 관리, 유전공학 등의 대안적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 에너지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급

경제의 에너지 효율성(단위 에너지당 GPD 규모)은 1973년에 비해 33%나 증가하였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의 에너지 수요는 약 60% 가량 증가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매년 5,680억달러의 신규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생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정책과 가치, 기술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202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의 공급량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에 미치지 못할 것이며, 석유가 여전히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40% 가량을 차지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대단위 청정에너지’를 지구촌 목표로 선언하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를 확충하지 못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나 환경·빈곤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기금을 만들고 벤처투자자본 등 상업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R&D 투자에 착수해야 한다. 핵심적인 투자 과제는 개도국의 운송수단을 위한 에너지와 전기의 보편적 공급, 탄소 격리·저장·재활용, R&D와 상업화 간 격차 해소 등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휴대용 에너지원, 에너지 저장시스템, 원자력 발전소의 패쇄와 핵폐기물 관리와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에너지 관련 R&D와 정책의 국가 간 조율을 위해 UN 산하에 (가칭)‘세계환경기구(WEO)’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건 : 신종 역병 및 면역성 세균의 위협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AIDS) 등으로 인해 매년 60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2004년을 기준으로 490만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되었고 310만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원인의 30%에 이른다.

국제보건기구(WHO)는 1년에 약 200여개의 질병 발생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 중 50개 정도는 국제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에이즈를 위시하며 조류독감이나 에볼라(Ebola)·사스(SARS) 등 30여개가 넘는 매우 감염성이 높은 질병들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 치료방법도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질병들은 빈곤과 이민, 환경 파괴, 항공기 여행, 무장 갈등, 열악한 위생상태 등으로 인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공 육류를 포함한 식품류의 국제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음·식료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사스와 같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e-Health 시스템과 면역 프로그램, 질병의 지구촌 감시와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시키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는 유전공학과 줄기세포 연구, 나노기술 등을 활용하여 인간의 면역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모든 질병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사전적으로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손상된 장기와 세포를 자가복구하는 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결국, 질병에 대한 이 같은 인류 공동의 대응이 성공할 경우, 인류의 평균수명은 국가나 사회계층에 상관없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다음 호에 계속).

지구촌의 당면과제(下)

시장ㆍ기술 분야 4개 과제

AC/UNU의 「미래보고서」가 도출한 15개 주요 당면과제 중 시장ㆍ기술 분야 4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정보통신기술 : 만인을 위한 全지구적 ICT의 융합

인류 역사상 인터넷만큼 세계화ㆍ민주화ㆍ경제성장ㆍ교육 등 모든 것에 걸쳐 강력한 변화를 가져온 도구는 없었다. 인터넷으로 인해 쓰나미 복구 등에서부터 과학기술 협력에 이르는 모든 것을 국제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훨씬 용이하게 되었고, 기존의 지배구조(governance)의 성격을 바꿀 정도의 새로운 조직 형태가 등장하게 되었다.

2004년 현재 세계인구의 약 15%인 10억명 정도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데, 2007년까지 약 14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다. 선ㆍ후진국 간의 소위 ‘디지털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중국ㆍ인도 등 후발산업국의 정보화가 급진전하면서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일단 지구촌 대부분이 ‘지구촌 신경체계(Global nervous system)’에 연결되면 사이버공간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매체가 될 것이며, 자연적 현실과 인공적 현실의 경계는 허물어질 것이다. 또한 ICT에 기초한 지식경제의 새로운 생산수단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정치ㆍ경제ㆍ금융 등 모든 영역에서 종래의 수직적인 통제는 와해될 것이다. 이미 집합적인 컴퓨터/인공지능이 나타나면서 자기조직 능력을 갖춘 메커니즘으로 발전되고 있는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차세대 지능형 웹(Semantic Web)’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 ‘지구촌 신경체계’의 등장에 따라 인류문명은 여러 가지 새로운 위협에 노출되게 되었다. 사이버테러, 컴퓨터 바이러스, 정보오염(잘못된 정보 혹은 역정보, 포르노, 스팸메일) 등의 ‘디지털 위험(digital risk)’이 그것이다.

이미 디지털 위험으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적 손실은 2004년에 약 5,070억달러에 달하며(Mi2g社), e-메일의 약 70%는 스팸메일이라 한다(MessageLabs社). ICT는 이외에도 정보전쟁,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부정, 문화적 다양성 손실, 지식격차 확대 그리고 정보의 독점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협 등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진지한 대응이 필요하다.

ICT의 발전이 인류의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원격교육, 원격의료서비스 등이 보다 일반화되어야 한다. MIT대학이 100달러 짜리 랩탑 컴퓨터를 개발하고 강의자료를 무료로 공개하는 등 이미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필요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다중언어 음성인식 및 합성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의 투자, 이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

미래는 NBIC(NT, BT, IT, Cognitive Science) 융합기술의 시대이다. 이미 나노미터(십억 분의 1m) 수준을 관측할 수 있는 초극세현미경 등이 개발되어 세포막을 형성하는 단백질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분자 하나 크기의 유기체 트랜지스터가 개발되어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NBIC 융합기술은 식량과 에너지, 물의 가용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사람과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류의 ‘집단적 지식(collective intelligence)’은 크게 증폭되고 그 결과 인류의 삶은 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NBIC 융합기술로 인해 앞으로 25년 후 정도면 과학기술ㆍ의약ㆍ산업이 서로 통합될 것이며, 인터넷을 통한 R&D 외주 및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과학기술의 세계화도 더욱 촉진될 것이다.

그러나 신기술과 과학적 발전에 따른 커다란 부작용과 심각한 사회적 문제도 예상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적 가능성’과 ‘윤리’ 간의 상충이다. 예를 들어, 질병이나 장애를 고치기 위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새로운 과학적 생명체를 만드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는 결코 답하기 쉽지 않지만 피할 수도 없는 문제들이다(나노기술의 위험성은 2005년도 미래보고서에서 심층 분석함).

결국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 과학기술지식을 연계시키는 작업을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생명공학이나 분자 나노기술에 대한 국제적 과학기술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전지구적 과제해결을 위해 적절한 기술은 국제적 협력 하에 신속하게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제도 :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윤리성을 갖춘 시장경제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의 지속성장에 힘입어 절대 빈곤은 크게 감소하였다(예를 들어, 전세계 인구 중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계층의 비중은 1981년 40%에서 2001년 21%로 감소). 그러나 빈부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상위 20%가 나머지 80%의 소득에 해당하는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상위 5%와 하위 5%의 평균소득 격차는 1980년의 6 : 1에서 현재는 200 : 1로 벌어졌다. 선진국의 1인당 GDP는 지난 20년 동안 30% 증가한 반면, 저개발 국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중국과 인도의 산업화는 빈곤인구의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무한한 ‘저임금 노동’과 ‘고급기술’로 무장한 이들 超거대국들(이미 경제규모 각각 세계 2위, 4위)의 세계무역 시장에서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여타 저개발국가가 향후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국가 간 소득격차가 계속 벌어진다면 ‘빈곤탈출’을 위한 저소득국 국민의 이주는 크게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른 국제분쟁도 늘어날 것이다. 선ㆍ후진국들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고,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되 이를 범세계적인 윤리기준으로 보완하는 소위 ‘윤리적 시장경제(ethical market economies)’ 모형을 함께 구현해야 한다.

윤리적 시장경제의 기초는 ‘공정한 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사법체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치적 안정, 지역 의사결정에의 참여기회, 사회ㆍ환경적 목표에 부합하는 기업의 인센티브 구조, 보다 공정한 무역, 토지ㆍ자본ㆍ정보에 대한 접근성 등을 보장하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적 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행위가 수익성을 위해 도움이 되어야 하겠지만, 빈발하는 부패와 조직범죄가 입증하듯이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WTO의 ‘공정한 자유무역’ 원칙 또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개도국의 농산물 수출을 가로막는 OECD 회원국들의 농업보조금제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특혜적 무역협정(preferential trade arrangements) 등의 장애요인이 많다. 개도국으로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계속 늘었지만, 아직 목표치인 GDP의 0.7%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윤리적 시장경제는 소득보전과 같은 공공복지지출의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혜적인 복지정책은 개개인의 ‘기업가적 정신’을 고취하는 정책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영세업자들을 위한 금융ㆍ기술 지원 확대는 그 좋은 예이며, 이를 통해 많은 빈곤계층이 실업상태를 벗어나 자영업자가 될 유인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의 자선사업, 기부활동(빌 게이츠, 조지 소로즈 등과 같은 전세계적인 거부들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은 빈부격차 문제에 대응하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개별 국가 및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진지한 정책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 : 여성의 지위 변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지난 수년간 학령기 여성의 교육권, 정치 및 경제활동 참여, 의료서비스 수혜율 등은 개선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의회진출비율이 1997년 11.7%에서 15.9%로 증가했고, 경제활동참여율도 1994년 35%에서 2004년에는 55.8%까지 증가하였다. 특히 많은 국가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아지고 있고, 일본ㆍ사우디아라비아ㆍ자메이카 등에서는 역으로 여성의 고급두뇌 유출이 사회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폭력이나 부상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암이나 말라리아, 교통사고 및 전쟁으로 인한 사망 및 부상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전세계적으로 난민의 80%가 여성과 아동이며, 15세 이상 인구 중 여성의 2/3는 문맹 상태에 있다.

여성의 인권과 지위 향상은 AC/UNU의 여타 14개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과학기술이나 금융 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여성은 기존의 문화적 위계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다. UN 등의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경우 지역 여성 네트워크를 활용한 중재적 역할이 남성보다 뛰어나며, 분쟁지역 등에서 무너진 사회조직을 복구하는 활동에도 더 적합하다.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보다 본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니계수 및 성적 차별지표들을 개선하고 신용 및 토지, 교육ㆍ훈련, 의료, 자녀양육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여성의 공직 진출을 장려하고 법적 권리를 보장하며, 정부 부처 정책결정 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은 “여성에 대한 완전한 평등은 통계적 목표치 달성 이상을 의미한다. 즉,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규교육에 있어서 양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성적 편견의 고착화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언론매체와 직접 연계하여 다각적인 사회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의사결정 및 지배구조 분야 6개 과제

의사결정 및 지배구조 분야의 6개 과제는 ①의사결정체계 : 일과 제도의 변화에 따른 의사결정 역량 증진 ②민주주의 : 권위주의 탈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 ③평화 : 가치 공유 및 새로운 안보 전략 ④국제범죄 : 초국적 조직범죄 네크워크의 차단 ⑤지배구조 : 전세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책결정 ⑥윤리 : 전지구적 의사결정에서 윤리적 고려이다.

의사결정체계 : 일과 제도의 변화에 따른 의사결정 역량 증진

ICT의 비약적 발전으로 세계는 ‘24시간 상시접속-상시근로체제(24-7 always on)’에 들어섰다. 매일 더 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데 반해, 결정을 내리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정보의 홍수 속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변수, 관련된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게다가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최후의 잣대라 할 수 있는 철학 내지 및 종교적 신념체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이슈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은 너무 복잡해져서 새로운 효과적인 시스템이 나타날 때까지는 ‘혼돈’의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일단은 신속하고도 적절한 의사결정을 위한 새로운 관리기술(인터넷 환경을 활용한 기법을 포함한)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은 물론 어떠한 정부나 기관도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범기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UN 기구들은 전세계적인 신뢰도를 가진 유일한 의사결정 시스템이지만, 정부 위주로 운영되며 민간의 참여는 아직 미약하다. ‘자기선별적’이고 ‘자기조직적’인 성격이 강한 웹사이트 모임들을 활성화하는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 일반인의 참여를 극대화하고 공공 사안의 투명성을 증진시키는 매우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정책에 관한 미래 의사결정과정의 핵심은 ‘정책입안자’와 ‘정책수용자’ 간의 파트너십이다. 산업사회의 모토가 효율성(efficiency)이었다면,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한 지식사회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지혜’이다. 정부, 기업, NGO, 대학 및 국제기구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공통의 플랫폼을 개발함으로써 이들의 현명한 집합적 의사결정을 유도해야 한다.

민주주의 : 권위주의 탈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

민주주의 하에서는 상호분쟁이나 인도주의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인류에게 보다 평화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92개국 중 119개 국가에서 선거에 의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으며, 전세계 인구의 44%가 89개 자유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19%가 제한적 자유만이 보장되는 54개 국가에 살고 있으며, 37%(24억명, 49개국)는 기본적인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권을 박탈당한 채 살고 있다.

UN에서는 45개국에서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선거가 실시되는 것을 돕고 있으며, 인권고문단은 전세계적으로 12개 국가에 대해 감독 및 기술적 전문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하는 국가가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과거의 권력 남용을 낱낱이 밝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조화와 민주주의로의 이행 과정 자체가 크게 지체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데 보다 중요한 요인은 독립적인 시민사회의 존재, 장기적인 경제안정, 강력한 사법체계, 정치적 반대를 포용하는 문화 그리고 빈곤계층에 대한 안전망과 부패방지 장치 등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공공 이슈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며, 정치와 정부의 역할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정부의 투명성과 책무성,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과도기적인 부작용도 심각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기술에 기초한 조직화된 범죄, 정보전쟁, 대대적인 정보 조작의 위험성 등이 그것이다.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 차원에서 정보의 독점을 방지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가 계속 생성ㆍ유통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안해 내야 한다.

평화 : 가치 공유 및 새로운 안보 전략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은 대량살상무기(WMD)에 버금갈 정도의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가 가능한 각종 소형폭탄(화학/생화학/핵) 그리고 개인의 손끝에 놓여 있는 정보전쟁 수단 등은 지구 전체의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테러와 전쟁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9ㆍ11 사태나 최근의 중동 사태가 입증하듯이, 산업사회의 전통적인 군사력으로는 개인 차원에서 발발할 수 있는 각종 테러에 대처하기 어렵다.

치명적인 분쟁의 가능성은 세계 도처에 있다. 종교ㆍ인종 및 정부 간 갈등 등, 분쟁의 원인과 성격도 다양하다. 미국 국방정보센터(Center for Defence Information)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초 현재 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무장분쟁이 23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성’을 지닌 분규지역(hotsopts)도 28곳이나 된다. 메릴랜드 대학의 ‘위험지역의 소수집단에 관한 연구프로젝트(Minorities at Risk Project)’는 부당한 행위로 인한 갈등발생 가능성이 높은 소수집단이 284개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세계 인구의 절대 다수는 평화를 누리고 있으며, 다양한 세계관을 인정하는 가운데 상호 간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화와 국제무역, 실시간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전달해 주는 미디어와 인터넷, 해외여행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평화로운 진보가 가능하다고 믿게 되었다. 국가주권보다 인권을 중시하는 견해도 늘고 있고, 국제사법재판소(ICC)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노예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전쟁이나 테러도 마찬가지이다. 향후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을 위해 생산적이고 비폭력적인 삶의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UN은 테러리즘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테러와 무력분쟁에 대한 국제사회 개입의 의지를 재천명하고 UN의 조기경고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등 전세계적인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제 공동대응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WMD의 개인화ㆍ보편화 시대에 있어서 특정인의 행ㆍ불행은 바로 나의 안전과 직결된다. 무엇보다 다양성과 평등성을 존중할 수 있는 공공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갈등 해소 그리고 공통의 윤리적 가치에 기초한 합의형성 과정에 관한 연구결과를 축적하고 이를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국제범죄 : 초국적 조직범죄 네크워크의 차단

국제적인 조직망을 가진 범죄(TOC ;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s)는 개별 정부의 대응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초국적 범죄조직은 밀수, 전통적 환전거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해 한해 2조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1조달러를 ‘돈세탁’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간 2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전세계의 ‘뇌물’의 상당분에도 이들 조직이 연관되어 있다. 콜롬비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은 국제범죄조직과 테러리즘, 부패한 정권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한 국제 송금시스템이나 인공적인 향정신성 약물 등이 국제범죄조직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TOC를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의 하나로 규정하였다. OECD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를 두고 있고, UN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외에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마약통제정책실 및 범죄예방국제프로그램’ 국제마약감시기구(INCB) 등과 같은 특별 산하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대응노력은 아직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

TOC는 지속가능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21세기의 글로벌 당면과제이다. 국제적인 공론화와 함께, 국제범죄조직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2003년 UN의 팔레르모조약(Palremo Treaty)에서 합의된 바와 같이,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자금세탁의 소재를 파악하고, 모든 금융거래 기록시스템을 개선하여 자금거래상의 정보를 공유하며, 국제 공조수사가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관련 국가주권의 부분적인 양보가 필요한 일이겠지만, 이를 위한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지배구조 : 전세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책 결정

세계화로 인해 우리 모두가 ‘지구촌 경제의 거대한 순환고리의 하나(great chain of being)’가 되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관리, 인터넷과 언론매체의 세계화, WTO의 발전 및 EU 등 거대경제공동체의 등장 등으로 인해 국제적인 정책 공조가 필요한 문제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03년 전세계적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확산 및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tsunami) 재해에 대한 대응을 통해 국제적인 공동대응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직 인식 수준이 낮고 제도적 기반도 취약하다.

기업과 민간의 많은 이해당사자들은 눈앞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부 지도자들 역시 이들의 이해에 부합하는 단기적인 사안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NGO 지도자들은 좀더 장기적인 안목을 지니고 있으나 그 속성상 특정 이슈에만 관심이 국한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 결과 지구촌 차원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의사결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먼저 개별국가 차원에서는, 국가 최상위 수준에서 설정된 중장기 정책 지침과 조정안에 따라 개별 부처의 정책이 수립ㆍ조정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핀란드와 같이 의회에 ‘미래상임위원회(Committees for the Future)’를 두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와 함께 5~10년 단위의 발전 시나리오와 전략을 도출하고, 이를 5~10년 단위 예산계획으로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중장기이고 종합적인 정책 설계는 의사결정자의 미래지향적 사고와 지적 소양을 전제로 한다. 미래예측과 정책분석에 보다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통계를 확충하는 한편, 의사결정자들의 미래지향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계는 너무 복잡해져서 더 이상 주권국가시대의 위계적 질서에 의해 운영ㆍ관리할 수 없다. 결국 지구촌 차원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의사결정에 보다 적합한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정부ㆍ기업ㆍNGOㆍ대학ㆍ국제기구 등 다양한 기관들로 구성된 ‘超기관적 연합(trans-institutional coalition)’이 형성되어 AC/UNU의 ‘15대 지구촌 도전과제‘나 UN의 8대 밀레니엄발전목표(Millenimum Development Goals)을 실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들 기관 내 리더그룹을 배양하는 것 외에, 전세계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지역의 리더그룹을 서로 연계하여 이들이 전지구적이고 장기적인 정책결정의 맥락에서 각각의 지역 이슈를 규정하고 모범사례를 찾아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 : 全지구적 의사결정에서 윤리적 고려

오늘날 연예ㆍ오락ㆍ문화산업(enterntainment)에는 비윤리적 행동이 범람하고 있다. ‘세속주의’와 ‘무가치주의’가 종교적 형이상학, 주권국가의 개념에 기초한 종래의 공공윤리 의식을 점차 침식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실천적인 윤리체계는 부재하다.

BNIC 융합기술과 같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생명의 정체성 혼란’, ‘기술에 의한 인성(humanity)의 지배’ 등의 문제는 인류의 새로운 윤리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조직범죄(TOC)가 만연해 있고, WMD의 파괴력에 버금가는 테러의 위협이 주변에 상존해 있지만, 이를 사전에 감시하고 예방하는 것은 국가주권은 차치하고, 사생활 침해와 같은 개인 차원의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지구촌 윤리’에 대한 논의가 증대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OS ;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기업 윤리지표, 종교 간 대화, UN 조약, 올림픽, NGO, 인터넷 블로그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 등 그 경로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남과 우리’를 가르고 ‘남에 대한 우리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일체의 신념, 가치체계가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전인류가 ‘지구촌 신경체계’의 하나에 긴밀히 통합되어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 모든 개인은 시스템의 ‘안전’과 ‘진화’에 있어 동등하게 중요하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행위의 결과는 지구촌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이들의 ‘집단적 책임(collective responsibility)’으로 귀속된다.

교육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함양하고 투명한 연결시스템과 상세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집단적 책임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가와 기관, 종교와 이념을 뛰어넘는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21세기 지구촌 경제의 ‘시스템 통합기제 (sytstem integrator)’로서 새로운 글로벌 윤리체계에 점차 근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사점

인류는 지난 200여년 간 사상ㆍ제도ㆍ과학기술ㆍ문화 측면에서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도 숨 가쁘게 변화해 왔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네트워크화 및 지식기반사회를 거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50년 혹은 100년 후 미래에 우리 삶의 모습이 어떠할지 지금 우리의 상상력으로 그려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현존하는 지구촌 15대 당면과제를 통해 우리는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부존자원을 둘러싼 분쟁이나 갈등 및 생명의 위협, 성장의 불균형과 종교ㆍ윤리ㆍ인종 간 갈등으로 인한 인권 침해, 전쟁이나 테러의 위협, 윤리적 고려 없이 진행되는 규제 없는 과학탐구로 인한 존재 자체에 대한 위기의식 등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세기 동안 구체화되고 발전돼 온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증폭된 상호교류와 문화적 다양성 확대로 인해 이미 그 효용성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권위주의 및 배타적 지배구조로는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 및 지배구조를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는 보편적이고 인류애적 가치 공유를 전제로 새로운 철학ㆍ문화를 창출하고, 올바른 가치에 의한 지배구조로 재편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에 관한 저명한 이론가인 영국의 데이비드 비덤이 “보편적인 인간애뿐만 아니라 공동 위협에 대한 노출도 인권이 보편적이라는 주장을 정당화해 준다”라고 말한 것처럼, 미래를 위한 우리의 준비 정도는 상호의존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공감’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다음에는 어떤 위기?

2020년 초부터 지구촌을 혼돈과 공포로 몰아간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함께 2022년 현재 인류의 최대 관심사다. 1950년인 인류세(Anthropocene; 인간 때문에 시작된 새로운 지질시대) 기준시점을 바꾸고 그 구분 기준도 방사성 물질, 콘크리트, 플라스틱, 치킨이 아닌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목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를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인류 생존을 위협할 위기는 없을까?

금세기 초 유엔환경계획(UNEP)은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환경적 난제로 기후변화, 식량, 서식지 파괴, 자연자원의 고갈, 외래 동식물, 마시는 물, 대기오염 등 10가지를 꼽았으나 어느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유엔이 정한 17가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기아·질병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환경 문제, 경제사회 문제 등 지구적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에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로 민주주의 대 독재 정치, 전염병에서 풍토병으로, 인플레이션 우려, 노동의 미래, 테크기업에 대한 새로운 반발, 암호화폐의 성장, 기후위기, 우주개발 경쟁 등 10개 주제를 선정했다. 우선순위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대사회는 전염병, 기후변화, 기아, 환경오염 등의 당면과제에 고심하고 있다.

지구촌 현안에 대한 인식은 개인차가 크다.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에는 관심이 많다. 그러나 나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고통을 당하는 동물과 식물 등 자연생태계에는 관심이 적다. 즉 내가 환경 문제의 피해자일 때는 관심이 많지만, 내가 원인 제공자(가해자)일 때는 그 사실을 굳이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은 예외로 두고 싶어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두뇌집단인 ‘스톡홀름 리질리언스 센터(SRC)’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류의 가장 시급한 환경 현안으로 ‘생물다양성의 소실’을 꼽았다. 그들이 우리의 관심권 밖에 있는 이 문제를 긴급 사안으로 여긴 것은 코로나19, 기후변화 등은 재원과 노력이 투입되면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일단 지구상에서 멸종한 생물은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바이러스, 기후변화, 미세먼지를 피해 사람이 드문 나무와 숲을 찾아 자발적으로 고립하는 일명 ‘숲멍족’이 부쩍 늘었다. 인간은 본디 정신과 육체가 숲과 조화로운 교류를 하던 원시시대 생활에 맞도록 설계돼 있어 나무와 숲을 좋아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했다. 녹색 갈증이라고도 부르는 바이오필리아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생명체의 본능이다. 임상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도시생활에 맞지 않아 생기는 갈등인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무관심 속에 생물다양성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육상과 해양 생태계의 훼손과 파괴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넘어 새로운 바이러스를 초대하고 기후변화를 부추겨 지구환경 체계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사람과 숲은 공생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전염병은 인간의 생활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문명을 멸망시키기도 했다. 인간이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교란하면서, 동물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새로운 질병의 원인이 돼 우리를 공격한다. 유엔 생물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170만 개의 바이러스가 동물들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숲을 보전해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보장해 주고 그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식탁에 오른 고기와 식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도 나무와 숲을 담보로 한 빚이다. 나부터 지구와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 호모 심바이오시스(Homo symbiosis)가 돼야겠다.


WTO 농업협상 최근 동향과 세계 식량위기 대응

WTO는 우리나라의 농업정책 형성에 가장 중요한 국제기구다. WTO 농업협상을 통해 어떤 결정이 이뤄지면, 관세 및 농업 보조금에 관해서는 WTO가 결정한 범위 내에서만 국내 농업정책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외연을 WTO가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WTO의 중요한 결정들은 2년마다 열리는 각료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제12차 WTO 각료회의는 올해 6월 12~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논의될 중요한 4개의 의제로는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수산보조금 감축, WTO 개혁, 농업협상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리아 페랄타 WTO 농업협상의장은 그동안의 농업 분야 협상 결과를 반영해 의장수정초안을 회원국들에 제시했다. 각 협상 분야별로 회원국들의 의견이 너무나 달라서 의장수정초안은 사실상 실질적인 협상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제12차 각료회의 이후 농업협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작성됐다. 최근 농업협상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기에 앞서 WTO 농업협상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시장접근·국내보조·수출경쟁 중심으로 농업협상 진행

1986년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농업협상을 주요 의제로 한 우루과이라운드가 출범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농업협상은 시장접근, 국내보조, 수출경쟁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1994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최종 합의된 WTO 농업협정문 제20조 ‘농업개혁의 지속’에 따르면 선진국의 우루과이라운드 합의 이행의무가 만료되는 시점에 농업개혁 가속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돼 있다. 이에 2000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합의사항 이행 이후의 관세 및 국내보조 추가 감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2001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출범하며 추가 농업개혁에 대한 논의도 DDA 협상에 포함돼 진행됐다. 이후 DDA 협상은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거쳐 2008년 타결 직전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마지막에 제시된 농업협상 의장초안 4차 수정안은 시장접근과 국내보조의 모댈리티(modality, 협상 기본지침)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농업협상 전 분야를 망라한 최종 합의안이었다. 그러나 특별긴급관세(SSM; Special Safeguard Mechanism)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차이로 마지막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동안 WTO 협상은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다는 일괄타결 방식이 중요한 원칙이었으나, DDA 협상이 장기간 표류하자 이러한 방식을 고수해서는 결과물 도출이 어렵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2011년 제네바 각료회의에서는 합의 가능한 사안부터라도 먼저 합의해 이를 실행해 나가자는 조기수확론이 대두됐다. 2015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각료회의에서는 수출보조와 관련해 선진국은 즉시 철폐하고, 개도국은 점진적으로 철폐해 나가는 방안이 합의됐다. 201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1차 각료회의는 일주일간 치열한 협상이 벌어졌으나, 당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WTO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탓에 농업 분야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종료됐다.

원래 제12차 WTO 각료회의는 2019년 말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개최토록 돼 있었으나 개최 시기가 카자흐스탄의 혹한기임을 감안해 2020년 6월로 변경됐다. 그러나 2020년 초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각료회의도 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올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키로 결정됐다.

4년 반 만에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이기에 농업 분야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최근 농업협상 회의 때마다 많이 느껴진다. WTO 각료회의와 관련해 자주 회자되는 문구가 있다. “농업협상이 실패하고 다른 분야 모든 협상이 성공하면, 그 각료회의는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된다. 농업협상이 성공하면 다른 모든 분야가 실패해도 그 각료회의는 성공한 각료회의가 된다.” 그만큼 WTO 협상에서 농업협상은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협상의 하나로 인식돼 왔다.

PSH 영구해법 마련 및 수출제한 투명성 등이 주요 쟁점

제12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현재 농업협상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식량안보 목적의 공공비축제도(PSH; Public Stockholding for Food Security Purposes)는 WTO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왔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개도국 중에는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작물을 중심으로 국가가 개입해 비축하고 이중곡가를 형성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이중곡가가 형성된 것은 국가가 생산자에게 보조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경우 이러한 국내보조가 그 품목 생산액의 10% 미만일 때는 최소허용보조(de minimis)로 계산돼 문제가 되지 않지만, 10%를 초과하면 무역왜곡보조로서 감축대상보조(AMS; Aggregate Measurement of Support)로 계산된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국내보조를 주고 있었던 선진국들은 이를 계산해 AMS를 적용받았지만, 개도국들은 당시 재정형편상 국내보조가 미미했기에 AMS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합의 이후 개도국 경제가 발전하고 국내보조가 증가함에 따라 품목별 보조액이 생산액의 10% 이상 되는 경우가 등장하면서 농업협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각료회의에서는 당시 시행 중인 PSH에 대해서는 최소허용보조를 초과하더라도 분쟁해결절차에 제소하지 않는다는 잠정적 해법에 합의하고, 향후 협상을 통해 영구적 해법을 마련키로 했다.

2017년 각료회의에서 이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으나 영구해법 도출에 실패했다. 개도국은 PSH에 포함될 품목과 지원 범위에 광범위한 유연성을 줄 것을 요구하는 반면에 선진국은 품목도 식량안보에 직접 관계된 품목으로 제한하고, 지원 수준에도 엄격한 제한을 부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둘째, 최근 농업협상에서 PSH 영구해법과 더불어 가장 논의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는 국내보조다. 개도국은 기본적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선진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진 대표적 사례로 AMS의 설정을 거론한다. 따라서 DDA 농업협상에서는 역사적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며, 최소허용보조를 초과하는 AMS는 모두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 개도국의 입장이다. 한편 케언즈그룹(농산물 수출 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미미한 보조금만을 지급하는 국가 그룹)은 무역을 왜곡시키는 모든 국내보조의 총합을 산출하고 이를 상당 수준 감축해 나가자는 입장을 강력히 제시하고 있다.

셋째, 코로나19 이후 자국 농산물 수급사정을 우려한 국가들이 100여 차례 이상 수출제한조치를 단행한 사례가 관측되고 있다. 식량 순수입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수출제한조치가 자국 식량안보에 커다란 위협요소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식량 수입국들은 식량 수출국이 수출제한을 할 경우 기간, 품목, 시행방법 등을 사전에 WTO에 통보함으로써 수입국이 이에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수출제한 시 투명성 강화의 필요성을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반면 개도국들은 지나친 규제 강화로 행정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넷째, 개도국 SSM에 관한 논의다. SSM은 개도국에서 일정 수의 농산물 품목에 대해 수입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국내가격이 급속히 하락할 때 일정 수준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소규모 농가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이 제도는 DDA가 지향하는 개도국 우대의 중요한 이슈로 거론되고 있지만, 관세 인상은 자유무역의 확대라는 농업협상의 기본 방향과 상충돼 선진국 및 농산물 수출국들이 오랫동안 도입을 반대해 왔다.

다섯째, WTO 회원국은 양허관세의 범위 내에서 실행관세를 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실행관세가 자주 변경된다면 무역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특히 항구에서 선적을 마치고 수입국으로 이미 출항한 물품의 경우, 운송 중에 수입국이 실행관세를 조정한다면 무역종사자들은 커다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인 사례를 각 국가가 미리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전 또는 자연재해를 겪고 있는 국가에 대한 인도적 식량원조를 수행하는 세계식량계획(WFP)이 인도적 지원 목적으로 식량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해당국가에서 수출제한조치를 취하고 있을지라도 해외반출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자는 싱가포르의 제안이 많은 WTO 회원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WFP가 인도적 목적의 식량구매 시 해당 국가의 식량수급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를 추가해 제12차 각료회의에서 채택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현재 개도국들은 입을 모아 PSH 영구해법 마련을 주장하고, 이 분야에서의 성취 없이는 농업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PSH 분야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지가 이번 각료회의 농업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세계 식량위기 대응책 마련 서둘러야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야기된 식량위기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가 최근 WTO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공장’이라고 불리는 나라로 세계 밀 생산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밀 파종 기간에 파종을 거의 못 했다. 러시아 일부 지역도 전쟁으로 파종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결국 올해 세계 밀 생산량은 평년보다 10~15%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2008년 호주에서 가뭄이 발생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해 밀 공급량이 줄어들자 세계 밀 가격이 75%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아랍지역에서는 폭동이 발생했고, 이는 ‘아랍의 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세계는 엄청난 식량위기를 겪었으며, 식량 순수입국들은 식량 수출국들의 곡물 수출제한조치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농산물은 가장 중요한 생존도구이자 생필품으로 가격 비탄력성이 매우 큰 속성이 있다. 세계 식량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은 엄청난 폭등 현상을 보이게 된다.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이 10~15% 줄어들게 되면, 농산물 가격은 5~10배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벌써 농산물 선물가격이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주요 비료원료 공급 국가인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원료 공급이 전쟁으로 중단됨에 따라 미국의 비료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달 만에 2배 상승했다. 농업의 중요한 투입재인 비료와 에너지의 가격 상승으로 세계 농업생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필자는 WTO 농업위원회가 속히 OECD, FAO, WFP 등의 식량위기 농업전문가들과 함께 내년도 세계 곡물부족 및 가격 폭등 예측 모델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국이 어떤 정책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세계 식량위기에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 제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6월 각료회의에서 ‘임박한 식량위기에 대한 WTO 각료선언문’을 채택해 곧 닥칠 식량위기에 대해 세계에 경고하고, 이에 대응할 정책 제안을 제시함으로써 식량위기 대응에 모든 국가가 적극 나서도록 독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EU, 영국,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스위스 등 주요국 농무관들은 식량위기의 대응책으로 WTO 회원국들은 정당하지 않은 식량 수출제한조치를 취하지 말아야 하며, 무역제한을 할 경우에는 WTO에 신속히 통보하는 등 투명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공동선언문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선언문을 농업위원회 및 WTO 일반이사회에 상정해 논의하고, 궁극적으로는 제12차 각료회의에서 각료결정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WTO 농업협상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를 포함한 G10 수입국 입장에서는 가장 민감한 시장접근 분야가 현재 주요 쟁점이 아니어서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보조의 모댈리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국내 농업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협상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가고, 식량 순수입국의 입장에서 수출제한의 투명성 부문도 제12차 각료회의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0년 만에 전략비축유 방출 카드 꺼낸 IEA, 배경과 함의는?

지난 4월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석유시장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행동의 일환으로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억2천만 배럴의 전략비축유(SPR; Strategic Petroleum Reserve)를 6개월에 걸쳐 방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IEA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6,171만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공표한 3월 1일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전략비축유 방출은 방출 규모면에서 유례없는 대규모일 뿐만 아니라, 1974년 IEA 설립 이후 세 번밖에 시행되지 않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두 번이나 단행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한 달 새 두 번, 이전까진 IEA 역사상 세 차례에 불과

IEA 회원국은 IEA의 설립 근거인 국제에너지계획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an International Energy Program)에 따라 석유시장 수급 차질이라는 비상 상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국가별로 석유 순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의 석유를 비축해야 한다. IEA가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전략비축유 제도는 IEA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IEA는 최근 자료를 통해 전략비축유 방출이 단기적인 석유 공급 차질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이지 국제유가를 관리하거나 장기적인 석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IEA 회원국의 전략비축유 제도는 국가별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비축은 원유뿐만 아니라 석유제품도 가능하며, 비축 주체 역시 정부, 정부가 지정한 특정기관 또는 민간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민간 기업이 비축 주체가 되는 일부 국가의 경우에는 정부가 석유 수입사 또는 정유사에 일정량을 비축하도록 하는 비축 의무 부과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대부분 국가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IEA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Governing Board)에서 회원국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비축유 방출은 보유 주체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행되는데, 공공 보유 비축유는 민간 기업에 대여하거나 입찰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민간 보유 비축유는 민간 기업에 부과된 비축 의무를 일정 기간 완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하게 된다.

IEA는 2021년 11월 현재 IEA 회원국이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를 총 42억 배럴로 집계하고 있다. 비축 형태는 공공 비축이 약 14억8천만 배럴, 민간 비축이 27억2천만 배럴이며, 비축 유종은 원유가 25억 배럴, 석유제품이 17억 배럴로 나타났다. 미국이 IEA 회원국 중 최대 규모인 총 18억5천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으며, IEA 회원국인 우리나라 역시 공공 비축 약 9,800만 배럴, 민간 비축 약 7,900만 배럴 등 총 1억7천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축 물량은 일일 석유 순수입량 기준으로 약 190일분(공공 비축 108일분, 민간 비축 83일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IEA 설립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까지 IEA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것은 모두 세 번이다. 이 세 번의 사례는 산유국에서 벌어진 전쟁 또는 자연재해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걸프전이 벌어지자 IEA는 1991년 1,730만 배럴의 비축유를 풀었고,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6천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다. 가장 최근 사례가 10년 전인 2011년 리비아 내전 등으로 빚어진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고자 총 6천만 배럴을 방출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IEA는 한 달 만에 두 차례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지난 3월 1일 결정된 6,171만 배럴 방출과 4월 1일 결정된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1억2천만 배럴 방출이 그것이다.

러시아 석유 의존도가 34%에 달하는 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 인식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이 그것도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이뤄진 배경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IEA 보고서 「Oil Market and Russian Supply」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가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며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세계 1위의 석유 수출국이라는 것이다. IEA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 러시아는 일평균 원유 약 500만 배럴, 석유제품 약 285만 배럴 등 약 785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세계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러시아 석유 수출 물량의 60%는 유럽으로, 20%는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유럽지역 국가의 러시아 석유 의존도는 34%로, 이들 국가는 일평균 450만 배럴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오세아니아 국가의 일평균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이 43만9천 배럴로 러시아 의존도가 5%, 북미지역의 경우 일평균 수입량이 62만6천 배럴로 러시아 의존도가 17%라는 수치와 비교해 보면 유럽 에너지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상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러시아산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유럽 국가는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등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유럽 에너지시장에 위기감을 불러온 이유는 또 있다. 일평균 75만 배럴에 해당하는 러시아산 석유가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을 통해 수입되고 있고 일부 구간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유럽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3일부터 이틀간 파리에서 열린 2022년 IEA 각료회의에서 40개국 이상의 에너지장관들은 IEA의 핵심적인 책무로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며 IEA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 통한 수요 절감 및 에너지 전환 가속화 중요성도 강조돼

하지만 에너지 안보 못지않게 중요성이 강조된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수요의 절감이다. IEA는 급박하게 전략비축유 방출을 논의하던 시기인 지난 3월 「석유 사용 절감을 위한 10대 행동계획(A 10-Point Plan to Cut Oil Use)」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단기간에 석유 사용량을 감축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할 수 있는 정책과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담고 있다. IEA는 이 조치들을 통해 일평균 약 27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감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OECD 유럽 회원국들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석유가 일평균 450만 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 1970년대 오일 쇼크와는 완전히 다른 함의를 국제사회에 안겨주고 있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됐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해법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올해 IEA 각료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에너지장관과 주요 에너지 기업 CEO들은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결같이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한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를 강조했다. 올해 IEA 각료회의 주제 역시 ‘이행의 해: 청정에너지와 에너지 안보를 위한 행동 가속화(The Year of Implementation: Accelerating Global Action on Clean Energy and Energy Security)’였다. 특히 에너지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민간 투자 활성화,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안정성 확보, 에너지 효율 향상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