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차원 소녀의 티스토리 블로그

[책 추천]애 안 낳는 사회? 인구 절벽?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f. 인구 미래 공존)[출처] [책 추천]애 안 낳는 사회? 인구 절벽?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f. 인구 미래 공존)|작성자 쿵쾅켕켕 본문

카테고리 없음

[책 추천]애 안 낳는 사회? 인구 절벽?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f. 인구 미래 공존)[출처] [책 추천]애 안 낳는 사회? 인구 절벽?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f. 인구 미래 공존)|작성자 쿵쾅켕켕

천아1234 2023. 4. 30. 12:38

지난해 출생률이 역대 최저치인 0.78을 기록했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출생아 수가 1명이 채 되지 않는단 뉴스가 놀랍진 않다. 그 가임기 여성의 한 명이 나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내 삶에 아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척박한 세상에 나 혼자 발 딛고 서기도 버겁다.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이런 세상에 굳이 내 후손을 남길 이유가 없다.

젊은 세대가 애를 안 낳다보니 n년 뒤면 인구절벽이 찾아올 거란다. 국민연금도 바닥날 거란다. 나라가 위기일 거란다. 어떡하란 말인가. 솔직한 심정으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나라가 위기라고? 당장 내가 더 위기다.

공감가서 저장해 놨던 캡처 사진이다.

아무튼 이런 개인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인구 문제를 좀 더 공부해보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 인구 문제를 다룬 책은 어쩔 수 없이 (나라가 펼치려는 인구 정책의)당사자 입장에서 살짝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럼에도 이 책은 꽤 공감하며 읽었다. 생각해 볼 지점들도 많아 여기에 몇 자 기록해두려 한다.

합계출산율 0%대. 현재 한국은 모두 한 마음으로 '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대 수명은 증가해 2025년에는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을 전망이다. 2020년에서 2067년 사이에 한국의 인구는 12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 국가의 경제적 활력을 의미하는 생산가능인구는 1900만 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왜 한국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까. 저자인 조영태 교수가 속한 서울대 인구학 연구실에서는 사람들이 수도권, 특히 서울로 몰리는 현상에 주목한다. 많은 이들이 대학도 서울, 취업도 서울, 부동산도 서울을 1순위로 둔다. 서울 말고 대안이 딱히 없어서다. 모든 경쟁이 이 좁은 한 장소에 몰린다.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물리적, 심리적 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실제로 사람과 사람의 물리적 밀도가 높을수록 저출생 현상이 심화된다는 연구가 있다. 생존 본능이 재생산 본능을 한참 더 앞서게 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 진학에 맞춰진 교육 과정에 어릴 때부터 적응해야 한다. 높은 주거비용과 물가에 비해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 아이를 낳게 되면 인프라는 또 어떤가. 소아과 지원율이 점점 낮아져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도 사라질 판이다. 속 터지는 보육환경에 독박육아까지. 앞이 훤히 보이는 미래. 출산은 선택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부양해야 하는 고령자의 인구는 점점 늘어나 그만큼 감당해야 할 세금도 많아진다. 이런 세상을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본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중에 정부의 대책은 젊은 세대들을 어떻게든 아이 낳게 만들겠다는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다. 조영태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다. "어떻게든 아이를 낳게 만들겠다는 권위적 접근이 아니라 수도권으로의 청년 집중 등 인구 변동에 대한 탐구를 심각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건 이미 줄어든 출산이 만들어 낼 사회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작업이다."

'다양성'에 답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나온 저자의 경험담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 20여 년 전, 저자가 미국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인구학 과목 수업의 교수는 저자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자 자료 두 장을 보여준다. 한 장은 1990년 한국의 연령별 출산율 그래프였고, 다른 한 장은 1995년 미국의 그래프였다.

그래프로 본 1990년대 우리나라 여성의 첫 아이 출산은 25~26세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미국의 그것은 꼭짓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 그 교수는 출산연령이 특정 시기에 몰려있다는 건 결혼 및 출산에 관해 사회에 매우 강력한 연령규범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강력한 연령규범이 있다는 건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은 서로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뜻이고, 여기서 벗어나는 데 스스로도 큰 불안을 느낀다는 뜻이다. 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성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니, 한국의 강력한 연령규범이 유연해지면 사회도 그만큼 발전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어둡다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에 빛이 있다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출생아 수를 갑자기 올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반전의 기회는 있다고 본다. 우리는 점점 다양한 삶의 궤적이 어우러진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다양성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기도 하고 갈등의 종류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다양성이 높아진 사회가 가져올 이득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115p

인구학에서는 다양한 연령대가 한 사회에 골고루 분포할수록, 인종이 다양할수록, 살아가는 조합의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다양성이 높다고 여긴다. 다양한 삶의 궤적이 어우러진 사회로 나아가야 사회는 발전한다. 다양한 형태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이 다양성이 한국에선 참 보장되기 어렵다. 애를 낳으려면 여자와 남자가 결합된 형태의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 순서이고, 입양 가족은 '핏줄'로 연결된 혈연 관계를 뛰어넘지 못할 거란 인식이 남아있다. 어떤 비혼 연예인의 출산 소식엔 '그래도 부모가 다 있어야지'라는 제3자의 오지랖이 난무한다. 애를 키울만한 인프라는 그나마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나 구색이 갖춰져 있다. 직장에선 출산・육아로 인한 공백이 일종의 패널티가 되는 게 여전한 현실이다.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태가 너무 제한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구 감소는 정해진 미래이지만, 인구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은 인상적이다. 어떤 인구가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거의 모든 제도와 정책은 기성세대의 관점과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지고 설계되고 있다. 한 마디로 현재에 갇혀 있거나, 너무 근미래다. 미래 세대의 관점으로 더 멀리 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책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대안과 분석들이 등장한다. 일부 구절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하지만,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견문을 넓히는 데 부족함 없는 책이다.

우리나라의 Z세대는 인구의 크기로만 보면 매우 작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맥락에서만 보면 안 된다. 2025년부터 Z세대는 세계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인구집단이 된다. 이전 세대와 달리 지구적으로 공유하는 문화와 가치관에 교육수준도 높고 규모도 크다는 것은, 미래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Z세대가 만들어놓을 새로운 노동과 부가가치의 영향을 받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우리가 Z세대의 교육과 앞으로의 활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182p

청년 1인 가구는 평생 1인 가구로 살아갈 수도 있고, 결혼을 해 2인 가구가 될 수도, 아이를 낳아 3인 가구가 될 수도 있다. 가구의 확장성이 있고 선택지가 다양하다. 지금의 현상만 놓고 보면 청년 중에서 밀레니얼 1인 가구가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고, 이들은 직장 근처의 작은 주거 환경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청년들을 위한 주거환경을 고민할 때에는 현재만을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되며 이들이 미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 196p

<인구 미래 공존>, 조영태, 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