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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지우려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

천아1234 2021. 10. 26. 20:28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7일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의 관심을 끈 독도에 관한 기술은 검정을 통과한 39종의 사회과 교과서 가운데 21종에서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독도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의 고유 영토라며,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이 왜곡된 역사관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 스스로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 한·일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해 놓고,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정부와 사회는 이전에 비해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행위는 교과서의 내용으로부터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까지 확인된 21종의 교과서에 기술된 독도에 관한 내용을 보면, 이전에 비해 고유 영토라는 측면에서 일본 정부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전처럼 배타적경제수역의 지도에 독도를 표기하는 방식 이외에 행정구역의 지도에까지 자신의 영토로 표시한 교과서도 있다. 2010년 소학교 교과서 검정과 2011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 이어 올해 일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독도에 관한 기술이 강화되고 있는 흐름은 이제 일본의 학교교육에서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본의 학교교육 문제이니 우리로서는 이처럼 특징적인 흐름을 직접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좌시할 수도 없다. 대응 방향의 하나는 일본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에 검정을 신청한 7종의 지리 교과서 모두와 현대사회 교과서 12종 가운데 9종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검정을 신청한 일본사 교과서는 6종 가운데 2종, 세계사 교과서는 13종 가운데 2종만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 기술하고 있다.

이는 고유 영토론의 한계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도 독도에 관한 기술은 교과서의 맨 끝부분에서 최근의 일본사회를 언급할 때 취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화해와 협력을 지향하는 일부 필자들의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한국 정부의 독도에 관한 구체적인 조치를 소개하거나, ‘다케시마(한국명 독도)’를 병기한 현대사회 교과서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독도 문제는 역사 문제이자 영토 문제이지만, 앞으로도 일본은 후자의 측면에서만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이 페이스에 말려들어서는 안되지만, 지금까지의 대응기조에 섬세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성을 이번 검정이 가르쳐주고 있다. 또한 일본은 영토 문제를 기술할 때 ‘다케시마 문제’만이 아니라 ‘북방영토 문제’ ‘센카쿠열도 문제’도 취급할 수밖에 없다. 세 영토 문제는 모두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된 일본의 근대사, 그리고 과거사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 일본의 식민주의와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는 세 영토 문제를 동시에 언급하며 이 두 가지 측면을 부각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1982년 일본 정부 스스로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교과서 검정에 적용해 오다가, 지금은 사문화(死文化)된 ‘근린제국조항’을 부활시키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침략과 지배는 한·일 간에만 한정된 과거사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며 다자주의적인 접근을 지향해야 한다. 정례화해야 할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와 1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민간 차원의 ‘역사대화’는 그 출발점이자 밑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