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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비자금 사건’ 진실과 박주원의 거짓말

천아1234 2021. 9. 28. 20:06

진실은 만들어낼 수 없다. 거래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진실이 공개되는 순간 누군가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묻어두려는 시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경향신문 취재팀이 2008년 ‘DJ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인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에게 최초로 전화를 걸었던 것은 지난 6일 오전 10시쯤이었다. 취재팀은 당시 그가 2008년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공개한 ‘DJ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가 맞는지를 물어보려는 게 아니었다. 박 최고위원이 2006년 주 전 의원에게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를 ‘DJ 비자금’이라며 건넨 사실은 이미 확인이 끝난 상황이었다. 취재팀이 알고 싶었던 것은 CD의 입수 경위였다. 2005년 10월 검찰에서 퇴직한 그가 2006년 2월 발행한 CD를 입수할 수 있었던 데는 권력기관이나 정권 차원의 도움이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우리가 궁금한 건 CD 출처다’ ‘국정원이냐 국세청이냐’고 물었고 박 최고위원은 “나는 말할 수 없다. 옆에 사람도 있고. 나중에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뭔가는 알고 있지만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취지였다.

 

취재팀은 그와의 통화가 끝난 후 “진실을 말하면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박 최고위원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취재팀은 재차 “우리가 알고 싶은 건 100억원짜리 CD를 왜 DJ 비자금으로 확신했는가에 있다”며 문자를 보냈다. 취재팀의 의도가 박 최고위원을 정치적 곤경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그만이 알고 있을 ‘공작정치’의 진실을 밝히는 데 있음을 전한 것이다.

취재팀은 그가 ‘DJ 음해’에 대해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힐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정치적 출발은 한나라당에서 했지만 지금은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는 국민의당 최고위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박 최고위원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누구도 욕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날 그는 취재팀에 ‘주성영 의원과 통화한 후 기사를 내보내라’며 자신이 제보원이라는 사실조차 부인했다. 그는 경향신문 1면 보도로 당이 발칵 뒤집힌 지난 8일 국회에 나타나 “주성영 의원도 황당해했다”며 경향신문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주 전 의원이 ‘황당해했다’는 발언은 그가 말을 맞춰 만들고 싶어 했던 ‘가짜 시나리오’에 불과했다. 그는 경향신문 보도에 호남 중진 의원의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취재팀이 알고 싶어 했던 것이 ‘과거 공작정치’의 진실이었음을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로서는 진실을 파묻거나 진흙탕 싸움으로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미 그의 처절한 거짓말은 ‘소극’을 넘어 ‘비극’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