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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은 어디서 어떤 휴가 보냈을까 본문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마치고 지난 5일 돌아왔다. 예전에는 경호 상 문제로 극비였던 대통령 여름 휴가지는 취임 첫해 경남 거제의 저도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공개되더니, 문 대통령은 강원도 평창에서 경남 해군기지까지 휴가 일정이 비교적 상세히 공개됐다. 이번 대통령의 휴가를 계기로 궁금해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어디서 어떤 휴가를 보낸 것일까.대통령 여름 휴가, 주로 어디로 가요?
그곳은 바로 청남대
2016년 4월 19일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청남대를 거닐고 있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를 뜻하는 청남대는 대통령들의 별장이었다. 2003년 대중에 개방돼 이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휴양지로 자리 잡았다. 2015년엔 윤보선 전 대통령 동상(왼쪽)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도 새로 세워졌다.
일명 '대통령 별장'이라고 알려진 청남대는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한번쯤 여름을 보낸 장소이다. 1983년, 대청호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된 이곳은 '남쪽의 청와대'라는 이름답게 2003년 민간에게 개방되기 전까지 대통령만의 공간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산책로, 분수대, 골프장을 갖췄고 비상 시 대통령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재임 중 대부분 여름 휴가를 이곳에서 보낸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즐겨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주로 조깅을 즐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통령들의 청남대를 즐기는 각양각색의 모습은 청남대 안 동상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민간에게 개방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잘 정돈된 조경과 웅장한 건물들 때문에 TV드라마나 영화에 부잣집 저택으로도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강원도 화진포 별장
(좌)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화진포 기념관 /한국관광공사 (우) 이승만 전 대통령과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의자에서 휴식 취하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때 동해 화진포 별장에서 낚시를 즐기곤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별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다. 1954년 처음 지어진 이곳에는 이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북한의 김일성과 5대 부통령 이기붕의 별장도 있다. 당대 정치인들이 앞다퉈 별장을 지은 것만 봐도 주변 경치가 매우 뛰어난 곳임을 알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숲과 호수 등이 있어 자연 속에서 여름을 나기 최적의 공간이다. 별장이었던 건물은 1999년부터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만물상] 이승만 별장 ]
청남대 다음으로 많이 찾았던 곳, 청해대
청남대 다음으로 대통령들이 많이 찾았던 곳은 경남 거제시 저도에 있는 청해대이다. 1983년 청남대가 완공되기 전까지 사실상 유일한 대통령 별장이었던 곳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물론,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보냈다. 저도라는 이름은 섬 모양이 누워있는 돼지를 닮아 붙은 이름이고, 청해대는 '바다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이다. 일제 때와 6·25전쟁 당시 일본군과 연합군의 탄약고로 쓰였던 이 섬은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오면서 대통령의 휴양 공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사진 속 노란색 동그라미 친 곳이 저도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아예 이곳에 별장 건물을 짓고, 대통령 공식 별장으로 지정했다. 동백나무와 해송 그리고 팽나무로 어우러진 숲, 드넓은 백사장, 전망대, 작은 골프장 등을 갖춰 수려한 자연경관과 간단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좌) 2013년 취임 후 첫 여름휴가로 저도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 (우)경남 진해에서 여름휴가 중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저도로 가기위해 가족(박근혜,근영,지만)들과 함께 해군보트에 타고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해송이 뒤덮인 '저도'를 휴가지로 자주 이용했다. 1967년 7월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부녀에게는 남다른 추억이 있는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족, 경호원들과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며 주로 사격, 골프, 수영 등을 즐겼다. 당시 스포츠를 즐기는 박 전 대통령의 사진과 영애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은 몇 해 전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첫 여름 휴가를 이곳에서 보냈다.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듯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쓰는 사진이 청와대를 통해서 공개됐다.
▶저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국가기록원
83년 청남대가 만들어지고 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곳을 대통령 공식 별장에서 해제하면서 저도를 찾는 대통령의 발길도 뜸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곳을 한번도 찾지 않았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99년 여름휴가 때 한 차례 방문했다.
그러던 저도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내놓은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거의 폐쇄 수순을 밟고 있었던 저도를 대통령 휴양지이자 해군 휴양지로 이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청해대는 이 전 대통령에게도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못지 않은 추억의 장소였다. 그는 해군 제독과 환담 자리에서 "현대건설 과장 시절, 이 별장을 지었다. 내가 이곳을 쓸 줄 알았다면 좀 더 크게 지을 것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해대는 국방부 소유로 해군이 관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소유권을 국방부에서 거제시로 이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박근혜,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마지막 여름 휴가를 보낸 곳은 울산 십리대숲이다. 울산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강을 따라 펼쳐진 대나무 밭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 대나무밭의 길이가 10리(약 4㎞) 정도 된다고 해서 십리대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박 전 대통령은 원래 여름 휴가를 청와대에서 보낼 계획이었으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이 촉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울산 근교 관광지와 시장을 둘러보면서 휴가를 보냈다. 일명 '대통령 마케팅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이 중 십리대숲은 이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박 전 대통령이 다녀가면서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대통령이 다녀갔던 곳에서는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갈 곳 없는 대통령, 이번에도 결국 '군 휴양지'
(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휴가 중 묵었던 계룡스파텔, (우) 진해의 해군 휴양지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대통령 쯤 되면 멋지고 좋은 곳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여름 휴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경호와 안전, 그리고 국정의 이유로 아무 곳에서나 자유롭게 묵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과거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쓰이던 청남대가 민간에 개방되고 청해대를 군 소유로 관리하면서 더더욱 휴가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게 되었다. 한때 대통령 공식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다시 대통령 전용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미 민간에 공개된 장소여서 경호에 취약하다는 문제로 흐지부지되었다.
청남대와 청해대의 이용이 여의치 않을 때, 역대 대통령들이 주로 휴가를 보낸 곳은 군 휴양지이다. 청남대를 민간에 개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 대전 유성 관광특구에 있는 계룡스파텔로 여름 휴가를 갔다. 이름만 들으면 교외의 모텔같지만, 이곳 역시 군 휴양시설이다. 1959년 육군 군인휴양소로 문을 연 이곳은 2000년 신축, 개장해 현역 군인과 예비역의 복지시설로 이용돼왔다. 군 휴양시설 중 가장 좋다고 알려졌다.
이번 휴가에서 강원도 평창과 오대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도 이후 휴가 일정을 진해 해군 휴양지에서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찾았던 곳이다. 대통령들이 군 휴양시설로 휴가를 가는 이유는 각종 레저 시설이 갖춰져 있으면서 경호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군 휴양지가 특수 지역이라 적은 경호 인원으로도 등산과 골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소의 경호로 각종 레저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대통령에게는 휴가 가성비가 좋은 최적의 휴가지인 셈이다.
대통령들의 여름 휴가 잇템
책은 대통령의 휴가에서 빠질 수 없는 '잇템'이다. 대통령의 휴가 도서 목록을 공개하는 문화는 1961년 미국의 한 잡지에서 케네디 대통령의 독서 목록 10권을 소개하면서 부터다. 대통령이 읽는 책이라는 얘기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 도서를 찾아 읽었고 이것이 출판 시장을 들뜨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의 휴가 도서 목록을 공개해왔다.
대통령에게도 좋은 정치 수단이 될 수 있다. 책 읽는 지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고 도서 목록을 통해 정치 메시지와 국정 철학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문난 독서광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읽을 책을 잔뜩 싸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휴가에서 도서 목록을 공개하지 않는 듯 하더니 휴가가 끝난 뒤 추천 도서를 소개했다. 다음은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지금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지에서 챙긴 도서들이다.
내가 쉬는게 쉬는게 아니야
대통령의 휴가는 사실상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휴가 기간 중에도 주민들을 만나 민생을 살피고, 국정에 대한 고민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러다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만사를 제치고 청와대로 돌아와야 한다. 휴가라고 떠났어도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자리인 것이다.
청남대 휴가에서도 충청 민심 챙긴 전두환·노태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휴가 기간, 청남대를 찾을 때마다 충북지사 등 지역기관장이나 유지, 주민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가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휴가 기간 동안 문의면 문의국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 참석,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개발사업을 약속하거나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하기도 했다. 휴가를 떠나서도 사실상 대통령 공식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정국 구상 위해 청남대 찾았던 김영삼·김대중
청남대를 가장 자주 찾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28차례에 걸쳐 126일 동안 청남대에 머물며 국정을 구상했다. 1993년 8월 여름 휴가 동안 이곳에서 결심을 굳혀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청남대에서 국정 운영 계획을 세우고 가다듬었다. IMF 사태 수습이 주요 현안이었던 취임 첫해에는 기업 구조조정과 국가적 재정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개혁 방안을 준비해 '제 2의 건국'이라는 이름으로 8·15 광복 경축사에서 발표했다. 대통령이 청남대에 한번 다녀오면 새로운 국정 구상과 운영안이 나온다고 해서 두 대통령 재임 당시 '청남대 구상'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에서 유행했다.
일 터지면 돌연 복귀하는 일도 왕왕, 안 가는 것도 다반사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이틀째인 7월 31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취임 후 처음 맞는 여름 휴가를 이용해 평창에 들러 동계올림픽 시설물을 관람하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고 스키점프대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중이던 지난 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 내 잠수함사령부를 방문, 1800t급 잠수함 안중근함 내부에서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군용 잠수함에 들어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여론을 신경 쓰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대통령도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이 터지자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에 머물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중부 지방 폭우에 대응하느라 휴가를 늦게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와 이듬해 메르스 사태로 2014년과 2015년에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
7월 28일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 일정을 하루 늦췄다. 안보 상황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시점에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자 "안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홀가분하게 휴가를 떠난 것처럼 보였지만 문 대통령의 휴가 역시 국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진해 해군 휴양소에서 휴가를 보내던 문 대통령은 일정 중 진해 해군기지 사령부 인근에 있는 잠수함사령부와 안중근함을 방문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이틀 뒤인 30일부터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문 대통령이 안보 위기 상황을 고려해 잠수함사령부를 찾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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