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하는 좌파세력, 분열되는 우파세력
다시 말하지만, 지금 좌파세력이 열심히 뭉칠 때에 우파세력은 흩어지고 있다. 1000명의 좌파원로들과 여론주도자들이 좌파세력의 단합을 촉구하는 성명을 3일 발표하고, '정동영과 문국현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좋다'는 김대중의 칭찬이 4일 나오는 표현되는 것과 동시에, 정동영과 문국현은 막판 단일화의 로드맵을 완성했다. 그것이 집권 좌파세력의 승리를 위한 결정적인 힘이다. 좌파는 눈빛만 봐도 서로 단결하고 공조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반면에, 우파세력은 망치로 뒷통수를 때리면서 단결과 공조를 요구해도, 서로의 차이점만 강조하는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 거린다. 총성 없는 권력뺏기 게임인 선거에서, 이렇게 압도적으로 국민들이 우파세력을 지원해도, 무조건 뭉치는 좌파세력은 무조건 흩어지는 우파세력에게 어렵잖게 이길 수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4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16일까지 누가 대한민국을 이끌지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자"고 정동영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공개 제안했고, 이에 대하여 정동영 후보는 "문 후보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화답했다. 이에 따라 대선 직전인 이달 중순쯤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것은 확정된 사실이다. 문국현은 이날 "부패한 과거 세력의 집권을 막지 못하면 역사의 잘못이 될 것이다. 누가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공개토론을 하자"고 했다. 정동영은 "문 후보의 제안을 환영하지만 시간이 없다"며 단일화 시기를 10일 전후로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의 체질로 굳어있는 좌파세력의 공조와 단합은 이번 대선에서도 막판 후보단일화를 쉽게 이룰 것이다.
이렇게 집권 좌파세력은 모든 것을 일사불란하게 단결하고 후보단일화를 이루겠지만, 보수세력의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는 지금 분열과 반목의 길을 질주한다. 이명박이 BBK사건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축하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검찰의 BBK 무혐의 발표에 "이명박은 사퇴하라"고 외치는 것이 이회창 진영의 지휘관인 강삼재의 외침이다. 이회창 후보도 자신의 경주를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후보는 4일 부산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BBK는 어디까지나 BBK일 뿐이다. BBK가 어떻게 되든 국가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저의 방향과 신념은 확실하다. BBK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명박 후보와) 통합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회창은 이번에 우파세력의 분열자가 되어 또 다시 정권교체의 훼방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출마선언에서 살신성인의 희생을 내비치던 이회창은 지금 '대선에서 패배해도 끝까지 하고, 정권교체가 힘들어도 상관없고, 못 먹어도 찌른다'는 냄새를 풍기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진짜 연대하고 공조해야 할 이명박과는 적대시하면서, 이명박 진영에서 뛰고 있는 박근혜와의 연대에 대해서는 "BBK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저의 방향과 철학, 신념은 확실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나라를 위한 마음과 뜻은 같다고 본다. BBK와 관계없이 어느 날엔가 뜻을 같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연대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시기에 이명박과는 갈라지고 박근혜와는 뭉치겠다고 주장하는 이회창은 우파진영의 분열자로 비난받을 짓을 한다. 국가안보를 우려하여 출마한 것이 아니라, BBK로 인한 이명박의 낙마를 노리고 이회창이 출마한 것이 아닌가 국민들은 의심한다.
전쟁과 선거는 도덕의 질을 따지는 영역이 아니라 패거리의 양을 따지는 영역이다. 많이 뭉치는 쪽이 이기고 적게 뭉치는 쪽이 지는 것이 총성없는 전쟁인 선거의 본질이다. 지금 이명박의 정체성을 비판하는 보수인사과 이회창의 새치기를 비판하는 우파인사들은 모두 분열주의자들에 불과하다. 이명박과 이회창이 가진 정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우파진영은 집권할 수준의 판단력, 신뢰성, 포용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집권 좌파세력은 선거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몰이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뭉치고 있는데, 야당할 팔자를 가지고 태어난 우파진영은 이명박과 이회창의 작은 이념적 혹은 성향적 차이만 강조하다가, 우파세력 뭉치기에 실패하여 정권교체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명박이나 이회창은 그 나이에 이번 대선에서 2등을 하여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두 李씨가 공조나 단합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노망에 가까운 노욕이다.
만약 이번에 우파진영이 다시 집권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하늘의 공정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과 이회창을 앞세운 중도보수와 선명보수는 집권할 정도의 싸가지와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좌파세력은 적어도 선거에서는 뭉쳐야 산다는 정도의 판단력을 갖고 있고 또 후보단일화의 추진력도 갖고 있지만, 우파세력은 선거가 되어도 흩어져야 산다는 몽상에 사로잡혀서 패망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BBK족쇄에서 벗어나는 이명박을 축하하고, 공작정치를 편 집권 좌파세력을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이명박은 사퇴하라'고 외치는 이회창 진영의 불의한 도덕성과 판단력은 우파분열과 정권교체실패의 저주를 자초하는 치명적 약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