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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재미있는 음모론
음모론이란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건들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믿음이다.
사람들이 굳이 널리 알려진 설명 방식을 택하는 대신 다른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은,
1.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거나,
2. 새롭게 알려진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수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기본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싶어하며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이해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심리는 상대적이어서 자신이 주변 사람보다 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마찬가지로 불안함을 느낀다. 이럴 때 사람은 상대방보다 자신의 이해가 더 깊다는 논리를 만들어 스스로 납득하거나 그것이 안되면 이해가 더 깊은 그룹에 속해 그렇지 못한 그룹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누리고 싶어한다.
이는 전체 집단 내에서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가 가장 떨어지는 사람부터 도태되게 마련인 생존 경쟁의 법칙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사람은 기본적으로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그 진실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사람보다 떨어진다고 느끼면 불안감을 느끼며 다른 방식의 설명을 찾게 되는 것이다. 혹은 새롭게 알려진 진실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기존의 관념을 상당부분 수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새로운 진실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식의 자기 합리화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무언가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비로소 안심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음모론은 종교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 종교 역시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방식이며 그로 인해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1. "세상은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 7일만에 창조되었다."
2. "인간 및 그 진화 과정은 고도의 과학문명을 가진 외계인에 의해 설계되었다."
1번은 종교, 2번은 음모론이다. 이 둘의 차이는 그 배경에 깔린 철학이 얼마나 깊고 풍부한가, 이를 이용하여 인간을 더 높은 심리적 상태로 고양시킬 수 있는가로 구분된다.
하지만 종교는 그와 같은 과정을 매우 세련되고 정교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오랜 세월에 걸쳐 다듬어진 사고방식의 정수다. 물론 현대로 넘어오면서 과학이 너무도 자세하게 밝혀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사고방식에서 이탈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적인 상태를 조절하는 도구로서 종교의 가치는 여전히 음모론이나 과학적 사고방식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
또한 음모론은 가설과 검증으로 이어지는 사고방식의 진행 과정에 있어서는 과학과 비슷하다. 잘 짜여진 음모론은 인문과학적인 명제와 큰 차이가 없다.
1. "미국은 아랍에서의 패권 유지 및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2. "미국 정부는 매독 연구를 위해 몰래 가난한 흑인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수행하였다."
3.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달 착륙을 연출하였다."
1번을 음모론이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3번은 명백한 음모론이다. 2번은 음모론으로 받아들여졌으나 후에 사실로 밝혀졌다. 가설 단계에서 이들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다만 폭 넓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느냐 반박되느냐로 구분될 뿐이다.
대부분의 음모론은 과학적 사고방식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거나, 혹은 가치가 없는 주장으로 평가된다. 음모론은 과학처럼 인간의 실질적인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거나 인식 지평을 확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모론은 편협하거나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인간의 본능에 기초하여 처음 들었을 때 솔깃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물론 깊숙히 파고들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 흥미를 잃게 되긴 하지만 간단한 농담으로 끝내기엔 충분히 유용하다.
음모론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 물론 위의 예처럼 후에 사실로 밝혀진 음모론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모론은 단지 음모론일 뿐이며 음모론은 보통 일반인이 쉽게 확인할 수 없는 편협하고 조작된 증거를 나열하기 때문에 수 많은 음모론 중 몇 안 되는 진실된 주장을 골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는 것은 승률이 매우 낮은 도박이며 그 진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시간 낭비다.
하지만 음모론은 픽션으로서의 대체역사 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매우 흥미로운 분야다. 시간 낭비인 건 맞지만 적어도 재밌다. 그래서 2012년의 잉여질 주제는 음모론으로 정했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음모론: 프리메이슨
단당한다.
2. 프리메이슨 내부의 암살 조직을 통해 배신자를 제거한다.
3. 조직원들을 세뇌하여 배신할 수 없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는 각각 단점이 있다. 우선 1번은 너무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프리메이슨 음모론의 최대 강점인 현실적인 개연성이 사라져 버린다. 초자연적인 힘을 도입해버리면 인류의 역사를 통해 치밀하게 벌어진 암투와 세력 확대 과정이 불필요한 사족이 되어버리며 스파게티를 닮은 외계인이 인간을 창조하고 감시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지배한다는 단순한 음모론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2번은 수백만의 회원들을 그처럼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감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암살 조직이 있다고 해도 암살 조직 자체의 배신을 막을 길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3번의 설명이 더해진다. 즉, 이들은 철저히 세뇌되어 있어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세뇌를 통해 통제할 수 있지만 고위직은 조직의 실체를 알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세계 정복같은 거대한 목적 하에 움직인다면 고위직 간의 암투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은하영웅전설에도 지구교라는 비밀 조직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소설 전체에 걸쳐 가장 허술하고 짜임새가 떨어진다. 양 웬리의 죽음이 많은 독자들의 반발을 샀던 것도 그런 이유다. 다시 말해 거대한 비밀 조직이라는 것은 언뜻보면 멋지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다보면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프리메이슨 음모론의 스케일을 보면 이미 전 세계의 주요 군대, 정보기관, 기업, 종교 단체 등은 모두 프리메이슨에 넘어가 있는 것 같은데 왜 당장 세계 정복을 하지 않는지 의문스럽다.
어쨌든 프리메이슨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음모론: 프리메이슨과 카톨릭
파괴하여 자신들의 사상이 받아들여질 여지를 마련하는 동시에 뉴에이지 운동 등을 통해 자신들의 사상을 서서히 전파하고 있다.
개신교
개신교의 정체에는 독자 세력설, 프리메이슨 배후설, 카톨릭 배후설의 세 가지 설이 있다.
프리메이슨 배후설 - 개신교는 기독교도들을 카톨릭의 중앙 집권적 권력으로부터 이탈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들의 공개적인 조직망은 비밀 조직인 프리메이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프리메이슨이 가장 광범위하게 침투해있는 미국과 영국이 개신교의 중심 국가라는 점이 가장 큰 근거다.
카톨릭 배후설 - 개신교는 카톨릭의 중앙 집권적 조직에 불편함을 느끼는 기독교도들을 계속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개신교는 신비주의적인 프리메이슨을 가장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악마적 이미지를 덧칠한다.
독자 세력설 - 개신교의 현재 세력은 비밀 조직인 프리메이슨이 조종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이슬람
이슬람은 기독교와 프리메이슨 모두를 적대하는 독자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 카톨릭의 유럽 지배는 십자군 전쟁을 통한 이슬람과의 접촉을 계기로 무너졌다. 현재 이슬람은 기독교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프리메이슨이 공개적인 행동을 보일 경우 이슬람은 기독교를 지지할 것이다.
불교
불교는 교리상 프리메이슨의 사상에 가장 가까운 종교 집단이다. 이들의 역사는 프리메이슨의 뿌리인 헤르메스주의보다 오래 되었으며 헤르메스주의와 기독교 모두 불교에서 파생된 집단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불교의 영향력은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만 프리메이슨의 뉴에이지 운동은 전 세계 종교인의 상당수를 새로운 형태의 불교로 통합하여 신비주의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무신론
무신론 집단은 초월자의 존재를 인정해야하는 프리메이슨의 입장에서 최대의 적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무신론자들은 과학적 사고 방식을 무기로 프리메이슨의 적수인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 집단들을 공격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신비주의 역시 무신론자들의 주된 공격 대상이지만 정체를 감추고 있는 프리메이슨은 그 칼날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다. 무신론자들에 의해 다른 종교 세력들이 모두 무너졌을 때 프리메이슨이 그 빈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음모론: 프리메이슨과 신세계질서
음모론 시리즈는 픽션으로서의 대체역사물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사실이냐에는 관심이 없고 얼마나 기발하고 짜임새있느냐에 중점을 둡니다.
음모론 포스팅을 하다보니 가장 아쉬운 점이 발행할 밸리가 없다는 점이다. 대체역사 관점이라고 역사 밸리에 올렸다간 가루가 되도록 공격당할게 뻔하고, 인문사회나 세계 쪽도 마찬가지. 픽션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영화나 도서하고 관련이 없으니 그 쪽 밸리도 안 맞는다. 굳이 따지자면 지어낸 얘기에 가까우니 창작 쪽이 맞는 것 같지만 그 쪽에 올라오는 글들하고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어쩔 수 없이 무밸리 포스팅 중.
프리메이슨이 어떤 집단인지 대충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도대체 이 들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이 들의 목적은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 NWO)'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신세계질서라는 말은 1달러 지폐와 관련된 프리메이슨 음모론과 관련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1달러 지폐를 프리메이슨과 관련짓는 여러가지 수비학적인 해석들이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단에 눈이 그려진 피라미드와 주위에 씌여져 있는 문구다. 눈이 그려진 피라미드는 프리메이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신비주의적 상징이다. 주위에 씌여져 있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ANNUIT COEPTIS - NOVUS ORDO SECLORUM - MDCCLXXVI
Our undertakings have been favored - New Order Secular - 1776(로마숫자)
종합하면 '신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세우는 우리의 일을 지지한다.' 정도가 되겠다. 1776년은 미국이 독립한 해이자 프리메이슨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루미나티'가 창립한 연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신세계질서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들의 신세계는 인종, 민족, 국가, 종교 등 모든 구별과 차별이 없어지며 심지어는 가족의 개념도 없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계관이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유사함은 주목할 만 하다. 다만 그 세계의 정점에 프리메이슨이 있어 모든 인류를 지배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모든 집단은 생존을 위해 항상 다른 집단보다 비교 우위에 있기를 원한다. 지배 집단이 되어 많은 수의 피지배 집단을 거느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러한 지배구조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이러한 지배-피지배의 구조가 달라진 적은 한번도 없다. 다만 지배집단이 다른 지배집단에게 정복당하거나 내부의 피지배집단 중 일부에게 무너지는 것을 반복해왔을 뿐이다.
프리메이슨의 신세계질서란 결국 전 세계 모든 인류를 피지배집단으로 만들고 그러한 지배구조를 영원히 유지하겠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지배구조 성립을 위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지배-피지배의 단순 구도를 제외한 모든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인종, 서로 다른 종교와 같은 구분은 피지배집단을 분리시키고 각각 결속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심지어는 가족 제도도 없애 피지배 집단 내의 모든 개인을 파편화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다음은 피지배집단의 우민화다. 이들이 결속하여 지배집단에게 대항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서로 결속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모두 제거하여야 한다. 대중들을 말초적인 즐거움에 중독시켜 고차원적인 사고능력을 저하시키고 반복적인 세뇌교육을 통해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것이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매트릭스의 세계는 이와 같은 우민화의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할 수 있는 피지배계급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통제수단이 필요하다. 생체 칩 이식을 통하여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무장 해제를 통해 저항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공격성을 저하시키는 약물을 식수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복용시키거나 기관 이식이나 병원균 주입 등을 통해 생명을 외부 조건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이와 같은 프리메이슨의 계획, 특히 우민화와 대중 통제에 대한 계획들이 이미 실행 중이라는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다.
텔레비전 - 텔레비전 자체가 우민화 수단이며 반복적인 스틸 컷 삽입 등을 통해 세뇌 작업에도 이용된다.
생체 이식 칩 - 베리 칩이라고도 하며 생체 내부에 이식하여 개인 정보 저장, 위치 추적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칩으로 실용화 단계에 있다. 바코드, 전자 신분증, 휴대폰 등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코카콜라 - 코카콜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음모론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공격성을 제거하고 체제 순응적으로 만드는 약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이외에 맥도날드나 초콜렛 등 여러 다국적 기업의 식품들이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는 주장도 있다. 용도는 좀 다르지만 우리나라 군대의 맛스타 음모론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백신 - 패스트푸드 섭취는 강제할 수 없지만 백신 접종은 거의 강제적이기 때문에 프리메이슨의 목적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하거나 특정 약물, 병원균, 또는 생체 칩을 주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평화주의 - 존 레논의 '이매진'과 같은 노래를 통한 범인류적인 평화주의 전파는 프리메이슨의 신세계질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프리메이슨의 신세계질서 음모론을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세부 사항들이 필요할 것 같다.
첫번째는 피지배집단을 통제할 직접적인 수단이다. 피지배집단을 무력화시킨다고해도 이들의 조직화와 저항을 완벽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군사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군대를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와 같은 통제사회에서 지배 세력과 군부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아무리 피지배계급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고 해도 군부를 통제할 수 없다면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 가지 방법은 로봇을 이용하는 것이다. 군대 전력의 상당 부분 혹은 핵심 부분을 로봇화하면 소수의 지배 계급이 훨씬 효과적으로 대규모 군대를 통제할 수 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로봇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생산을 자동화하면 골치아픈 피지배계급의 수 자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리 로봇공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인간의 유지 비용이 기계의 유지 비용보다 저렴한 분야는 분명이 있을 것이고 그런 분야에서 피지배계급이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지금처럼 많은 수의 인구가 필요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프리메이슨은 현 기술 수준에서 지구 전체의 순환을 고려하여 효율적으로 유지 가능한 인구수는 현재의 1/5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프리메이슨의 신세계질서 계획에는 자연 재해나 전쟁, 전염병 등을 이용하여 인구를 1/5 수준을 줄이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골치 아픈 부분은 바로 지배계급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배계급의 상위 단계로 올라가면 갈 수록 프리메이슨의 전체적인 음모와 대중들에 대한 세뇌 작업의 진실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상위 지배 계급의 구조 역시, 수직적이라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구가, 수평적이라면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강력한 통제 수단 자체를 최상위 지배계급이 직접적으로 소유하는 방법이다. 지난 번 글에도 언급했듯이 초자연적인 힘을 개입시킨다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만 음모론의 개연성과 치밀함이 떨어지게 된다.
그보다는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최상위 계급에게 강력한 결정권을 쥐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지배계급, 혹은 하층 지배계급에 원격 조종 가능한 자폭장치를 심어주어 순식간에 생명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테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능력을 여러 명에게 분산시킬 수도 있다.
지배자의 직접적인 의지로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 역시 항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으므로 잘 정의된 행동 코드 자체를 정해 놓고 거기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작동하는 자폭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세련된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이처럼 자동화와 정의된 행동 코드에 지배 수단을 의존하게 되면 나중에는 지배 계급 자체가 기계에 지배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지배 계급이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지배-피지배의 관계를 영원히 지속할 수 없는 근본 원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지배 구조에서 인간성을 제거하기 시작하면 지배 계급 내에서 왜 지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들이 시작될 것이다.
세계 전체를 지배하고자 하는 프리메이슨 음모론은 이처럼 여러 가지 취약한 면이 있지만 두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1.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평등한 인류를 지향하는 모든 사상은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하여야 한다. 평등을 주장하는 여러 사상에는 반드시 인간의 의식 개조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한 의식 개조가 과연 프리메이슨의 우민화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봐야 한다.
2. 지배-피지배의 구조를 고착화하기 위한 여러 수단들 중 일부는 실제로 쓰이고 있다. 음모론 중 상당수는 재미를 위해 자극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쓰이기 어렵지만 교묘한 방식으로 지배-피지배의 계급 격차를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는 분명히 계속되고 있다. 금융시스템 처럼 비밀은 아니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구조는 일부 계급의 이익을 확대하는 용도로 훌륭하게 사용되고 있다.
음모론: 프리메이슨과 유대인
음모론 시리즈는 픽션으로서의 대체역사물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사실이냐에는 관심이 없고 얼마나 기발하고 짜임새있느냐에 중점을 둡니다.
우선 명칭부터 정리해보자. 유태인, 유대인, 유다인 중 어떤 게 맞는 말일까? 결론적으로, 여기서는 유대인으로 부르기로 한다.
유대인은 유대지역(Judae, Judaea)에 살던 민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발음을 한자로 음차하면 유태(猶太)가 되므로 유태인이라고도 한다. 원어 발음을 중시하는 원칙에 따르면 유대인이 좀 더 적합하다. 또한 이 들이 야곱의 아들인 유다(Judah)의 후손임을 강조하기 위해 유다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대인은 인류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민족 중 하나일 것이다. 우선 그 들은 최초의 유일신교 중 하나인 유대교를 만들었다. 이 들의 신은 민족의 수호신 개념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차 절대자인 유일신을 믿는 교리를 발전시켰다.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 등 전 세계에서 믿고 있는 대표적인 종교들이 이 유대교를 뿌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이집트, 바빌로니아, 로마 등 주위의 강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을 받으며 나라를 뺏기는 수모를 겪었으며 결국 로마에 함락된 후 이천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나라 없이 지내다가 2차대전 후 영국의 주도하에 팔레스타인 지역을 강점하여 이스라엘을 건국하였다.
무려 이천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국가가 없었는데도 민족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유대교라는 종교와 그로 인한 기독교인들의 박해가 오히려 그 들을 다른 민족과 구분하고 결집시키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 들이 기독교가 지배하는 서구 사회 내에서 경제 활동이라는 뚜렷하고 불가피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는 점도 이유일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자를 금지하는 기독교 사회 내에서 이교도라는 이유로 고리대금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나라 없이 동서양에 걸쳐 거주하던 그 들의 연락망을 활용하여 국제 무역을 수행하였다.
때문에 유대인들은 유럽 사회에서 멸시의 대상이면서도 필요악이자 또한 견제의 대상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의 원인이 된 유대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는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 종교, 산업 분야에서 혁명이 시작되며 경제 활동이 천시받는 직업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핵심을 이루는 주요 산업으로 부각되자 유대인들의 입지는 달라졌다. 이 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전 세계의 경제를 빠른 속도로 장악해갔으며 비단 경제 뿐 아니라 학문 및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바탕으로 세계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집단으로 까지 여겨지고 있다.
이상에서보듯 유대인들의 역사는 프리메이슨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 둘은 카톨릭에 패배하여 몰락하였으며 오랜 기간동안 박해받으며 명맥을 유지하다 현대 사회로의 전환과 더불어 주로 영국과 미국을 기반으로 세계를 비밀리에 지배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프리메이슨과 유대인이 모종의 연관을 갖고 있으리라는 의심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의심의 핵심에는 '시온 의정서'라는 문서가 있다. 이 문서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박해의 근거가 된 문서로 유대인들이 약속의 땅으로 돌아가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시온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문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전략들이 프리메이슨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문서는 나치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알다시피 음모론에서는 그런 거 없다.
프리메이슨과 유대인과의 관계에 대한 설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프리메이슨은 유대인의 세계 지배를 위한 도구이다. 프리메이슨은 민족에 따른 차별을 반대하지만 이는 유대인들의 술책일 뿐이다.
2. 프리메이슨이 세계 지배를 위해 유대인들을 이용하고 있다. 전 세계의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프리메이슨의 조종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이 들은 가짜 유대인이며 진짜 유대인들은 프리메이슨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면 또 다시 박해를 받고 나라를 잃게 될 것이다.
두 가지 설 모두 유대인에 대한 오랜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오랫동안 멸시와 견제의 대상이었던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현재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뿌리인 유대교의 신과 선택받은 민족인 유대 민족을 보호하는 동시에 현재의 유대인에게 비난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대표적으로 아슈케나짐 유대인의 카자르 기원설이 있다.
아슈케나짐 유대인이란 유대인의 한 분파로 주로 동유럽에 거주하며 현대 유대인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 외로는 이베리아 반도를 기반으로 하는 세파르딤 유대인이 있다. 아슈케나짐 유대인의 카자르 기원설이란 신에게 계시를 받은 셈족 계통의 유대인은 세파르딤 유대인이며 아슈케나짐 유대인은 유대교로 개종한 터키계 카자르인들의 후손이라는 설이다. 따라서 현재 프리메이슨과 관계를 맺고 있는 유대인들은 아슈케나짐 유대인이며 이 들은 신에게 계시를 받은 민족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장은 유전학적으로 반박되고 주류 역사학에서 외면당하고 있지만, 역시 음모론은 다 극복 가능하다.
프리메이슨을 유대인과 연관짓는 음모론은 이처럼 서양인들의 유대인에 대한 역사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3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그다지 즐거울 것 없는 이론이다. 우선 유대인과 연관시키는 순간 인종 같은 거 상관없이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프리메이슨의 원대한 계획이 인종 간의 전쟁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무엇보다 서양인들의 고정 관념에 기반하고 있는 인종 차별적인 음모론에 편승한다는 게 찜찜하다. 또한 그러한 고정 관념이 인류의 트라우마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 - 홀로코스트의 희생자 대부분은 아슈케나짐 유대인이다 - 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마음에는 들지 않는 음모론이다. 인종 주의적인 음모론이라면 차라리 한민족과 유대인이 같은 뿌리라는 음모론이 나을 것 같다.
반면에 프리메이슨과 유대인의 연관설 자체가 프리메이슨의 반대세력 - 예를 들면 카톨릭 - 의 음모론이라는 설도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대인과 유대교에 대한 카톨릭의 뿌리 깊은 반감과도 일맥상통하며 좀 더 확장하여 이슬람과 최전선에서 갈등하는 세력이 카톨릭에서 유대교-개신교로 바뀐 점과 이러한 변화를 결정적으로 이끈 이스라엘 건국이 사실은 카톨릭의 음모였다는 주장도 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음모론의 편가르기 와중에 골치덩이 하나가 바로 나치다. 나치는 누가 뭐라해도 공공의 적이다. 아무리 음모론이 좋아도 사실은 나치가 인류의 구세주였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음모론은 나치를 절대악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히틀러가 남미, 남극, 심지어는 달로 도주하여 살아남았다거나 그 후손이 비밀리에 3차대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나치가 서구 문명의 비호감 중 하나인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치를 절대악으로 삼자니 유대인이 순교자가 되고 유대인을 절대악으로 삼자니 나치가 정의의 사도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무엇보다 프리메이슨 음모론의 가장 큰 매력은 프리메이슨의 신비주의적인 성격이다. 유대인이나 유대교는 전혀 신비주의적인 측면이 없으며 유대교의 신비주의적 해석인 카발라는 어디까지나 다른 종교에도 존재하는 비주류일 뿐이다. 따라서 프리메이슨과 유대인 혹은 유대교를 연관시키는 것은 서구인들의 편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